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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낙방 또 일년을
    카테고리 없음 2010. 12. 2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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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소재 소설 써보기....글을 많이 쓰겠다고 기자가 됐다.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포멧이 정해져 있는 기사의 틀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유롭게 쓰는 글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주변 선배들의 "기사도 모 쓰는게..."라는 말을 듣기도 싫다. 하지만 조금씩 시작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한번 끄적대 본다. 아랫글은 소설을 흉내내본 글이다. 나도 소설가 할 수 있을까....?? 하하.

    1
    힘없이 팬을 든다. 만으로 치면 10년이나 지났다. 이제는 내 만족에 글을 쓴다는 생각은 버린다. 아침부터 굶었더니 배가 고팠다. 점심에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 자장면을 시키며, 오늘자 신문을 손에 들었다. 마침 몇달전에 신문사로 보냈던 신춘문예가 생각나 전화기를 들었다. 이때쯤인걸로 알고 있었는데, 달력에는 이틀이나 지난 그제 신춘문예 심사라고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번호를 눌렀다.
    "이틀전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또 낙방했다. 막연하게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해 올해로 만 10년째다. 또 지긋한 일년을 준비해야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글만 쓰는 나에겐 더욱 고통스럽다. 누구 하나 읽어주는 이 없지만 난 계속 글만 써왔고, 또 계속 쓸 것이다.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2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있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 거울을 본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목욕을 할 때도 거울을 보지 않는다. 내 모습이 보기 싫어졌다.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 그래도 안보여지는게 아니지만 나라도 그 모습을 보기 싫은가 보다. 사실 나 자신도 나를 모른다. 겨울 꽉 마른 나무를 바라본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간다. 바람에 살이 떨어져 내려갈 것 같다. 차라리 내 살이 아니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옷깃을 여미고 다시 밖으로 나선다. 발 걸음이 무겁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섰다. 의무감에서였다. 그냥 돈만 받고 회사를 다닐 순 없는 노릇이니까. 거리에는 엄청난 추위로 사람도 얼마 없다. 포기했다. 그냥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겨우 30분 남짓. 나는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폐 깊숙이 뿜어 들이고 다시 내 뱉았다. 담배를 입에 물기 시작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젠 어지러움도 없다. 니코틴이 좀 더 많이 들어가 있는 강력한 담배가 필요하다. 걸을수록 숨은 벅차온다. 계단도 무섭다. 내 나이 고작 30이다.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언젠가부터는 무릎을 구부리기도 힘에 부친다.

    3
    삭막한 이 곳에 쌈배추 모종이 자라고 있다. 한여름철 내 손으로 만든 배추를 먹어보겠다고 인터넷 홈 쇼핑에서 구매해 키우고 있는 배추가 한달도 안돼 무럭 자라났다. 주변에서는 사무실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물었지만 난 단지 배추 쌈으로 밥을 먹고 싶었을 뿐이다. 나만은 아닐 것이다. 중국산 식품이 판을 치고 있는 이 한국땅에서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다며, 내 뜻을 같이 해 온 회사 동료가 있다. 다들 그도 나와 같이 미쳤다고 한다. 부장의 지시로 결국 배추는 내 입속이 아닌 휴지통으로 직행해야 했다. 무모하지만 나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배추와 대화라도 나눠봐야겠다.

    4
    나도 이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라도 만들어 내고, 조금이라도 써내려가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그게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으니까. 이제와 후회하면 뭐하겠냐만은 대학에서도 신방과보단 문창과를 선택했어야 했다. 그래도 부족한 내 독서량이 발목을 잡았겠지, 후회는 계속된다. 아마 죽기 전까지도 나는 후회할 것이다. 이것이 힘든 이유다. 결국 결론은 났다. 한글자라도 계속 써나가는 것이다. 그게 지금 내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것 같다.

    5
    사진이 유난히 구부러져 있다. 6개월전 걸었던 내 사진이 사무실 습기 때문인지 휘어져 말려있다. 안에 찍혀 있는 내 모습이 둥그렇게 말려 있어 보기 흉하다. 사진 속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아마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기에 행복이 그 안에 들어 있다. 그러나 사진은 구부러져 있다. 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사진은 두장이 걸려 있었다. 하나는 일주일전에 책상으로 떨어져 있다. 아니 이틀전쯤 다시 벽에 붙였놨던 기억이 난다.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이 이렇게 지나간다. 흐트러져 있는 종이들이 책상위에 가득하다. 누구도 대신 치워줄 사람은 없다. 언젠가는 치울 것이다. 일주일, 아닌 한달에 한번씩은 내 책상을 정리한다. 곧 지져분해 질 책상은 왜 치우느냐고 한 편에서는 생각한다. 그래도 치운다. 종이를 제자리에 내다 놓는다. 머리 속까지 제대로 정리가 되는 듯 싶었지만 또 다시 헝크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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