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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햄버거의 맛이라는데, 춘천 [진아의 집]
    카테고리 없음 2013. 11. 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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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고 입구를 나오면 소방서 바로 앞쪽에 있는 진아의 집. 햄버거가 일품입니다. 감히 햄버거의 맛집이라 평하고 싶네요.



     며칠전, 아니 몇주전이었나봐요. 배가 너무 고팠는데, 저녁도 못먹고 야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날이 울 회사 창간 기념호를 찍는 날이라서 다들 남아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 선배님께서 <지나네>가서 햄버거랑 라면을 먹자는 거예요. 그런 프렌차이즈는 없는데, 에이 맥주라도 한잔 마시러 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밖으로 나섰습니다. 


     "진아네가 어디예요?"

     "넌 진아네집도 안가봤냐. 맥도*드 저리가라, 여기가 진짜 햄버거의 원조야"


    춘천고등학교 입구. 바로 앞에 SK주유소가 있는데, 바로 그 옆에 허름한 집이 있어요. 위의 간판 보이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와 일행은 모두 3명. 햄버거 3개와 라면 3개를 주문했는데, 선배는 따로 햄버거 하나를 더 추가해서 포장을 해달라더군요. 또 다른 선배도 결국 햄버거 하나를 더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선배들은 햄버거의 맛을 아주 잘 아셨어요.


    일단 내부는 약간은 지져분한 분식집의 느낌인데요. 학창 시절 배고품을 다소나마 해결해 주던 그런 분식집의 느낌입니다. 이 근방에 캠프페이지라고 지금은 시민들에게 개방됐지만 예전에는 미군 부대가 있었는데요. 미군들이 자주 이집에 들러나 봅니다. 그런 흔적들이 남아 있어요. 메뉴가 영어로 적혀 있고요. 의자와 테이블이 큼지막합니다. 빅맨들이 앉아도 넉넉한 그런 풍성한 의자예요. 


    기다리던 햄버거가 나왔는데요. 집에서 만든 티가 팍팍 납니다. 한입 물었는데, 부드럽고 잘 넘어갑니다. 두 선배들은 모두 춘천고 출신이라 학창시절 이 햄버거를 많이 드셨던 모양입니다. 전 춘천이 아닌 타 지역(철원) 출신이라 진아의집 햄버거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선배가 그토록 자랑했던 햄버거의 참맛. 바로 이런 맛이더군요. 


    패트는 직접 만드시는 것 같았는데, 고기가 아주 부드럽고요. 계란이 잘 어우러져서 고소한 맛을 냅니다. 또 아삭아삭한 양상추가 산뜻한 느낌을 전해줘요. 무식하게 크진 않았지만 알맞은 크기로 입속으로 쏘욱 들어가는 느낌. 굶주린 배 때문인지, 아님 세뇌를 당해서인지 맛인 괜찮았어요. 라면 맛도 그 학창 시절 배고품을 달래 주던 그런 맛 그대로였고요. 


     일단 맥주도 팔길래 한병을 시켜서 한잔씩 나눠 마시고 또 계속해서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춘천에 온지 이제 만 6년 됐는데요. 그 어떤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보다 맛있었다고 감히 자부하게 되네요.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잖아요. 하지만 전국 어디갈도 똑같은 형태의 같은 맛을 내는 집들이 있습니다. 바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인데요. 이 또한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진아의 집처럼 춘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햄버거라면 좀 이야깃 거리가 되지 않겠어요. 


    저는 물론 이 집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춘천 사람이라면 이집과 얼힌 아련한 추억이 있을 듯합니다. 이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 경험을 좀 나눠주셨으면 좋겠네요. 특히 춘천를 대표하는 명문 춘천고 앞에 위치해 있으니,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매김한 리더들도 이 햄버거맛을 기억하고 있을 듯 하네요. 주변에 성수고도 있으니, 명문 성수고 학생들도 이 맛을 알겠죠. 넓직한 철판에 패트 익는 냄새가 아련합니다. 지글지글 거리면서 알맞게 익은 패트와 계란의 절묘한 조화가 다시 기억나네요. 


    제가 살던 지역에는 [황금벌판에 메뚜기 뛸때]라는 아주 멋스러운 분식점이 있었어요. 가게 이름도 멋져서 당시 무슨 상도 받았다고 가게 안에 적혀 있었죠. 라면 맛이 아주 일품이었는데요. 집에서 아무리 따라 끓여봐도 그 맛이 안나더라고요. TV 방송에서도 이런 라면 맛의 비밀을 캐는 프로그램이 있었죠. 희안하게 그 집 라면은 정말 맛있었어요. 그때가 학창시절이라 뭐든지 잘 먹고 소화시킬 때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진아의집에서 그런 라면의 맛을 느꼈어요. 추억이 함께 서린 곳이라서 그럴까요? 신기하더군요.


    저도 이제 춘천에 하나둘씩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나 봅니다. 딸과 아들, 아내는 춘천사람이고, 저 또한 제2의 고향이 춘천이니 그럴만도 하겠죠. 지내면 지낼 수록 매력적이면서 알고 싶은게 많이 지는 곳이 바로 이곳, 춘천이랍니다. 


    햄버거 하나로 또 주저리주저리 떠뜰고 말았군요. 이 글을 읽으셨다면, 또 춘천에 있으시다면 시간을 내셔서 춘천고 앞에 있는 진아의 집에서 햄버거 하나를 사서 드셔보세요.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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