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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다움 찾기에 빠지다
    카테고리 없음 2017. 2. 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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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의 일이다. 춘천에 위치한 작은 학교 신포중학교에서 나는 생각놀이터라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생각놀이터는 생각과 놀이터의 합성어다. 생각은 마음이다. 생각은 뇌이다. 생각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 자기다움이라는 책을 펴낸 권민 작가는 아름다움은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정의된다고 했다.

    신포중학교에서 열린 생각놀이터에서 나는 우리 청소년들이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길 원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가치를 깨닫길 원했다. 

    그래서 자기다움이란 키워드를 끄집어 냈다.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뭔가를 자꾸 강요해요."


    신포중학교는 작은학교다. 전교생이 20여명이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다. 20여명 모두가 1인 1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그 예이다. 어릴적부터 드럼의 비트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아이들이 부러웠다.


    "1인 1악기를 배운다면서... 정말 좋겠다"

    "그게 그렇지도 않아요."

    "왜?"

    "글쎄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해야 하니까...."


    궁핍은 때론 절실함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악기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바로 '나'가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자발성, 주체성과 어찌 연결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이 바로 자기다움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작이 자신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 

    내가 잘 다니던 회사를 떼려치고 나온 이유도 그와 같다. 회사 일의 출발선이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쩜 핑계일 수도 있겠다. 

    정작 나는 출발을 나로 만들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 주체성이 주는 단 한번의 즐거움은 마약과도 같다. 

    한번 경험하면 어느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 


    대학 때의 일이 생각난다. 아무런 지식, 정보도 없이 사대문 안의 대학을 간절히 원했다. 합격하고 나서 기쁨도 잠시 학생회 간부의 '우리도 인정하는 3류 대학이지만 좋은 대학 생활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는 말에 여지없이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이제 보니 삶은 누구의 것도 아닌 누구의 말도 아닌 나에 의해 결정되고 진행된다. 왜 난 기준선을 만들지 못했을까? 나는 결정을 많이 해야 하는 음식점에 들어가면 다시 밖으로 나가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결정장애다. 그냥 대충 아무거나 내 주린 배를 채워주면 그만이지. 뭐가 그렇게 선택해야 하는게 많은지, 그렇게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양주가 하나 있다. 헤네시. 등급은 VSOP. 해외나 제주도를 다녀올 때면 반드시 한병이 사는 습관이 생겼다. 또 나는 버릇같은게 하나 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내 아들을 꽉 안아줘야 한다. 아이를 안을 때면 행복하다. 책은 잘 읽지 않으면서 사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디스플레이의 효과를 느낀다. 이처럼 나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느끼는 감정들이 있다. 내가 번 돈으로 내 삶을 살아가면서 그 이후에 생긴 버릇들이다. 어찌보면 자기다운 행동에 따른 감정들이다. 


    어릴적에는 자기다움에 대한 행동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나는 그랬다. 그저 밋밋한 평범한 학생이었다. 대학 입시가 전부인줄만 알고, 촌 시골에서 SKY를 가겠다고 책상앞에 각오를 담은 글을 써 붙이고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머리는 책상에 대고 잠을 자던 그런 아이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 보면 너무나 아깝다. 물론 모든 시간들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는다.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즐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학교 동창회의 도움으로 자전거로 강원도 철원에서 파주, 동해로 질주를 한 적이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는 겨울방학, 나는 아무도 몰라 가출을 감행했다. 착한 아이였는데, 가출을 하다니 부모님이 놀라셨다. 어린 내가 돈이 없어서 형 지갑에서 만원 아버지 지갑에서 만원. 달랑 2만원을 들어 동해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이외에도 정말 소중한 경험이 많았을 것이다.


    나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후회하지도 않고, 자랑스럽지도 않다. 내 순간 지금의 순간에 나 자신에게 충실할 뿐이다. 


    바로 자기다움의 발견이다. DIY, Discover In Yourself.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링컵에듀(Linkupedu)팀이 지난해 12월 12~13일 춘천 신포중학교에서 진행한 생각놀이터가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선물했길 바란다. 결코 일회성으로 자기다움을 다 찾았다거나 발견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기회,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다만 이것도 학생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자신이 원해서 그런 시간이 마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수업 시간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졸던 학생들도 있었다. 다른 친구도 감염된다. 다만 그 중에 일부 학생들만이라도 그런 계기가 마련됐길 바라는 것이다.


    자기다움의 발견은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만을 알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다움 찾기는 연속된 과정이다. 창의적으로 발전적이다. 자기다움은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소소한 변화를 통해 큰 변화로 이끌어 나가는 지침, 나침반과도 같다. 권민 작가는 자기다움을 나에 대해 던질 질문에 무엇이든 대답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한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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