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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장]병영 구타 내다 버리자
    카테고리 없음 2011. 7. 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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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너! 따라와!”

    “휭~ 퍽퍽~ 우욱~”

    “ㅠㅠ”

    다른 선임 병은 눈물을 흘리고 있던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뜨며 화를 내며 말합니다.

    “네가 어린애냐 울고 짜게.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소화도 안 되게 꼭 배(복부)를 때립니다. 뭐 대단히 큰 실수를 한 것 같진 않습니다. 밥 먹을 때 개념 없게 손을 식탁 위에 올리고 먹었다는 이유입니다. 밥을 먹을 때도 상병은 돼야 손을 올리고 먹을 수는 법(?)이 있는데, 이병이 그랬다는 이유입니다. 참 어이없습니다.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계급에 따라 자세히 구분돼 있습니다. 쓸데없는 자기들만의 공공연한 법칙입니다.

    귀신 잡는 해병에게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4일 강화도에서 해병대 총기사고로 4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군대에서의 구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듯합니다. 2000년 4월, 저는 의정부 306 보충대로 입소했습니다. 얼떨떨한 기분에 가족과 헤어지고 체육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벌어진 일입니다.

    “야이~ 개새끼들아 빨랑빨랑 뛰어!”

    조교들이 체육관으로 들어오는 입소자들에게 욕을 하며 빨리 뛰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바로 입소 첫날부터 ‘군대란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 됐습니다. 보충대에서는 3일간의 짧은 기간만 머물게 됩니다. 유통기한이 며칠 남지 않은 전투식량이 식사로 보급됐던 기억도 납니다. 전투식량에 대한 예비 교육이었을까요. 보충대에서 2년 동안 근무해야할 부대의 배치를 받게 됩니다. 배치 받은 부대로 가기 전 훈련소의 6주 과정을 거칩니다. 훈련소 시절에는 구타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동기이기 때문에 끈끈한 전우애가 생겼습니다. 함께 고생하고 그동안 사회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살상(?)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게 됩니다. 정말 죽을 것 같은 화생방 훈련도 받았죠. 6주간의 짧고도 긴 훈련병시절이 지나고 드디어 부대에 배치 받았습니다. 훈련이 힘들면 내무반 생활이 편안하고, 아니면 그와 반대라는 것이 통설입니다. 전 다행히 훈련도 내무반 생활도 적응할 만 했습니다. 확실히 구타는 많이 줄었습니다. 군대라는 집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천재도 봤고, 그와 반대도 봤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를 배워나가는 것이겠죠. 이런 군대 문화가 전반적으로 사회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입대한 젊은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이 위계질서를 지킨다며 이상한 수단, 즉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쓸데없는 정력 낭비죠. 군대는 항상 전투에 대비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눈이 오면 치워야 하고, 비가 많이 와도 문제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풀을 뽑아야 하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집고 새롭게 깔기도 합니다.

    포병은 먼 거리에 있는 적을 섬멸하기 위해 포를 사용합니다. 대량 살상 무기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큰 위험이 따릅니다. 따라서 연습할 때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손이나 발을 다치게 됩니다. 포상에서 군기가 센 이유이기도 합니다. 20KG가 넘는 포탄을 잘 못 떨어뜨리면 동료의 생명이 위험합니다. 훈련 중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욕을 먹고 그 자리에서 구타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아니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훈련이 끝나고 난 뒤 내무반에서의 생활이 문제입니다. 구타는 주로 보일러실이나 창고 등 남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보일러실에서 눈 감고 머리 박고 있다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한방에 긴장하기도 합니다. 항상 긴장하고 있다가 잠시 방심할 때 그때 번쩍하곤 하죠. 주로 배를 때려 구타의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구타가 왜 발생할까요. 선후임간의 인간적 관계를 떠나, 인간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사 간 계급을 없애거나 1년 단위로, 혹은 임무 위주의 혹독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보입니다. 군의 존재 이유에 대한 임무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고된 훈련을 실시하고, 생활하는 것과는 분리해야 합니다. 공동생활을 한다고 해도 철저히 사생활을 보호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장교와 병사간의 계급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단위로 끊어서 선후임을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군대도 사회처럼 각자 맡은 일이 있고 그 업무에 대한 선배 후배는 있을 수 있습니다. 선배가 일을 잘하니 후배는 배워야겠죠. 훈련병 시절의 6주처럼 짧은 기간 동기들과의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방식이 전투력 향상에도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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