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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분별한 개발이 부른 참사, 인간이 만든 재앙에 숙연 춘천 산사태지역 르포
    카테고리 없음 2011. 8. 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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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 산사태지역을 가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춘천 신북읍 천전리 산사태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사건기자는 아니지만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산사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춘천에 왔던 인하대 학생들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아간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숙연해지더군요. 무분별한 개발이 부른 ‘참사’, 이것은 정말 인간이 만든 재앙, 그 자체였습니다.

    가까이에서 바로본 춘천 산사태의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했습니다. 사고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산은 삼분의 일가량이 유실된 것처럼 보이더군요.


     흙이 썩었는지 케케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중장비가 동원돼 산에서 흘러내려온 흙더미를 치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군인들과 대거 산사태 현장에 투입돼 마무리작업에 한창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찾은 고마운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산사태의 현장은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도로 위의 흙은 대강 정리돼 차량통행이 가능했지만 금방이라도 흘려 내려올 듯 한 아슬아슬한 산의 모습에 겁이 나더군요. 사고 당시의 끔찍한 참상이 눈에 아른 거렸습니다. 산의 삼분의 1정도가 쓸려 내려갔고, 경사도 급했습니다. 거대한 성이 무너진 듯 폐허의 공간이 따로 없었습니다.

     아무리 사진으로 사고 현장을 본다고 하더라고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급한 경사에 언제 또 산사태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 작업을 진행하고 계신 분들의 노고가 정말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산사태는 크게 두 줄기로 내려온 것 같아 보였습니다.

     통나무닭갈비집 1층이 필로티(기둥)만 남아 있었고 그 왼쪽의 집은 아예 사라졌더군요. 소양강댐으로 좀 더 가다보니 펜션이 하나 있는데 반파된 모습이었습니다. 흙탕물이 피눈물처럼 느껴집니다.

    집중호우로 인해 소양강댐이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장관이 연출되고 있지만 저 안개는 슬픔의 피 눈물입니다. 소양강댐으로 가는 주차장까지만 개방돼 있고, 올라갈 순 없습니다.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중에도 소양감댐의 방류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차량을 통제하긴 해도 소양강댐 올라가기 바로 직전 주차장까지는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업소는 산사태의 피해로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주차장 인근 닭갈비집 몇 곳은 영업을 한다고 손글씨로 써 놓았습니다. 주변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들리는 듯싶었습니다.

     아무래도 7월말 8월초가 휴가기간이다 보니 남부지방에서 소양강댐의 방류 소식을 듣고 찾아온 듯 했습니다. 옆에는 상갓집 분위기인데 소양강댐 방류나 한가하게 보러 온다고 비난만 할 것은 아닌 듯합니다.
     
     결국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돕는 방법 또한 그곳을 찾아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닐까요. 104년 만에 내린 폭우로 인해 서울, 춘천 등 중부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배수로를 확보하는 등 빨리 사고 원인에 대한 처리를 진행하고 상권도 살아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겠습니다.

     산사태 사고 현장 방문에 앞서,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춘천 상천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상천초등학교 바로 옆에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가 진행 중에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집들이 10여채 있었습니다. 산사태 때문인지 공사는 잠시 중단된 듯 보였고요.

     주택지원민간단체인 (사)한국사랑의 집짓기운동(한국해비타트) 춘천지회가 수자원공사와 함께 무주택 서민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사랑의 집짓기 현장입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

    '자원봉사자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글귀만 덩그런히 남아 있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거대한 자연의 힘에서 나약한 인간이 또 하나의 교훈을 배웁니다.


     대형 참사의 현장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사랑과 희망을 주기 위해 춘천을 찾았던 인하대 학생들과 산사태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소양강댐의 방류로 하천의 수위가 높아져 일명 콧구멍다리(세월교)는 통행이 제한된 상태더군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분들은 소양5교나 6교로 돌아가셔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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