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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교육탐방 뒷담화 (9)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교민 황풀잎씨와의 만남(하)
    카테고리 없음 2012. 6. 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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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은 부족하다고 느껴져야 정상이다. 우리나라 학생이나 유럽 학생 모두 마찬가지다. 유럽 학생들이 좀 더 자율적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교민 황풀잎씨가 한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운동회 같은 학교 행사를 할 때 학생들이 운영을 위한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요. 예를 들면 코카콜라 회사에 전화를 해서 운동회 때 음료수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은행에 찾아가 자금을 요청하기도 하는 것이죠. 이런 일들은 일반화 돼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익숙해요. 기업들도 거의 대부분 지원을 해 준답니다.”

     

    학생들의 행사에는 학생이 주인공이고, 주체가 되는 것이다.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모습은 지극히 당연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학생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역시나 가장 약한 부분은 바로 이런 자금 조달 문제이기 때문이다. 돈 문제에서 벗어나면 스스로 떳떳할 수가 있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스폰해 준 기업의 광고는 해줘야겠지만. 스스로 스폰을 받는 사실은 우리의 교육 환경과는 달라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이유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만약 나에게 스폰을 요구한다면 일단 거부감이 들 것 같다. 아직 우리는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뒤에 조폭이 있는 건 아닌가. 어린 녀석들이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라는 의심이 생길 것 같다.

     

     

    프랑스에도 경기 불황은 느껴졌다. 어딜가나 세일 표시가 돼 있었다. 누가 패션을 첨단을 프랑스라고 했나. 한국에서 유행지난 옷을 이곳에서 보게 된다.

      

     

     스스로 떳떳하다는 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단 프랑스 사회가 우리나라와 가장 달리 느껴졌던 점이 바로 공정함이다. 막연한 비교가 될 수 있지만 우리보단 좀 더 공평한 사회인 듯싶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사회적 빈부 격차가 많지 않은 듯하다. 여행을 마친 뒤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럽은 협동조합이 잘 발달돼 있는데, 그 성격이 사회에 뿌리 깊에 녹아 있다. 공공조합이라는 것이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농협같은 것인데, 약간 성격이 다르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익의 극대화다. 그 이익의 일부는 직원의 월급으로 지급된다. 문제는 기업이 투자자의 돈을 받는다는 점이다. 투자자에게 일정의 수익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의 수익이 회사의 구성원이나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가 되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게 된다. 큰 위험을 않고 많은 돈을 투자한 투자자에게 그 만큼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조합이라는 것은 조합원들이 출자를 하기 때문에 주인이 조합원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주인이고, 수익의 극대화보다는 수익의 극소화를 추구한다. 소비자는 보다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는 기업에 팔 때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간 단계의 유통 마진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로 일부 분배가 되는 것이다. 유럽은 이런 조합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사회적 빈부 격차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가로지르는 일강. 내가 살고 있는 춘천의 소양강에 비교하면 꾸정물이나 다름없다. 흙탕물 때문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차이는 비교할 수 없었다. 프랑스의 승리다.

     

     

     

     

     

     

    황풀잎씨는 또 다른 사례를 소개했다.

     

    프랑스에서는 가난하건 부자이건 똑같이 바캉스를 즐길 권리를 갖고 있다. 누구든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다.”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건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에게 바캉스는 사치일 뿐이다. 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설령 가고 싶어도 돈이 없다. 매일 일해도 빚만 늘어날 뿐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정부가 바캉스를 가라고 해도 짜증만 날 것 같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권리를 유지하게 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능력이 없어도 바캉스 비용은 지원한다고 한다. 함께 바캉스를 즐기는 기간이 있다고 한다. 부자든 가난하든 관계없이 그 시간은 함께하는 것이다. 돈이 없다고 부끄러워할 것 없고, 부자라고 해서 넉넉하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프랑스의 여름휴가는 6주 정도다. 6주간은 휴대폰을 끄고,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는 여행을 한다. 휴가가 6주라고 하니 놀랐다. 하지만 10일간의 유럽 여행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비행기 타고 해외라도 나가려면 최소한 4일은 까먹는다. 고작 6일 동안 둘러봐야 하는데 그 정도 시간으로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기기엔 어림도 없다. 이렇게 휴가 기간이 길어서 좋은 점이 있는데, 젊은 청년들에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청년들은 쉬지도 않고 일만 하라는 소리로 이해하면 어쩔 순 없다. 젊으니까 고생하는 건 당연하니까. 유럽의 학생들이 굉장히 자주적이라는 이야길 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여실히 드러난다. 자기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력서를 써서 그 회사에 보낸다. 특히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하면 더욱 쉽다. 경험을 쌓지 않고 취업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필자도 여행을 통해서 많이 배웠다. 여행은 자기와의 만나는 시간이다.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6주간의 여름휴가는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젊은 청년들에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일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달콤한 휴식 시간이 된다. 그동안 하고 싶어도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한국도 긴 여름휴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작 일 주일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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