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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선희 정성희 듀오 연주회 축제
    카테고리 없음 2012. 6. 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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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듀오는 처음이었다. 독주회는 몇번가봤는데, 피아노 두대의 무대는 또 다른 맛이었다. 춘천여고 출신의 박선희 정성희씨가 지난 27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축제'라는 주제로 연주회를 펼쳤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강원명진학교 박홍식 교감의 동생 박선희씨를 보기 위해서 평소보다는 일찍 회사를 빠져나왔다.

     완연한 여름의 날씨. 오후7시였지만 아직 날씨는 후덥지근했다. 그래도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걷는 즐거움이 배가 됐다. 강원일보사에서 춘천문화예술회관까지는 대략 15분 정도 걸린다. 아내가 졸업한 봉의초등학교를 지나면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낡은 철 담장을 드러내고 초등학교가 시민들의 품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외부와의 경계가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자연스럽

    게 초등학교 전경이 보였다. 걷는 즐거움도 잠시 춘천 몸짓극장을 지나 문화예술회관에 들어섰을 때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아 놀랐다. 관계라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초대권을 좌석권으로 바꾸려고 기다리고 있는 줄도 제법 길어서, 잠시 담배나 피우자고 밖에 나갔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춘천은 축복 받은 도시다. 질높은 문화예술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도 있고, 잘 찾아 보면 공짜로도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단지 잘 알지 못할 뿐이다. 모처럼만의 연주회라 좀 기대를 했다.

     잠시 뒤에 다시 티켓을 바꾸러갔는데, 줄은 이전과 다름없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때 박홍식 교감을 만났다. 가벼운 인사를 나눴고, 초대권을 바꿨다. 박 교감이 슬쩍 좋은 자리로 티켓을 교환해 줬다. 더없는 배려에 연주회가 더욱 기다려졌다. 연주회 시작을 알리는 종이 두번 울리고 무대는 어두워졌다.

     드디어 등장. 피아니스트 박선희와 정성희씨. 이날 연주회는 아나운서 박선미씨가 사회를 맡았는데, 자연스러웠다. 공연 파트에서 제법 일을 해봤다고 하는데도 클래식은 어렵다. 곡 제목부터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릴적에는 멜로디는 잘 기억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것도 자신없다. 축제는 편안했다. 귀에 익숙한 곡으로 시작해서 친숙한 곡으로 끝났다.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졌고, 관객들도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단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엉덩이가 무거워서 기립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나부터도 무대를 즐기는데 익숙하지 않다.

     첫 곡에서는 귀에 거슬리는 음이 들렸는데, 점점 연주가 진행될수록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묻어나왔다. 고개는 절로 자연스럽게 흔들렸다. 보통 연주회를 가면 첫 곡은 쉽고 유명한 곡을 연주한다. 관객들의 시선을 바로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3곡을 연주하면 중간이나 마지막곡을 고난이도, 혹은 난해한 곡을 연주해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번 연주는 그냥 편안했다. 바흐의 칸타타. 마음을 치유하는 곡이다. 눈을 감고 내 맘속에 쌓였던 노폐물을 제거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연주회를 가면 눈을 감고 선율을 즐기는데, 눈을 감으면 캄캄해지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더 환해진다. 이날 첫곡의 시작과 함께 눈을 감았더니 춘천문화예술회관 안에 있던 내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천장이 두개로 나눠지면서 내 자신이 하늘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 끝없이 올라가다 좀전에 걸어오면서 봤던 맑은 하늘이 떠올랐다. 연주는 쉼없이 진행됐다. 둘다 유럽에서 공부를 했다. 미국의 화려한 테크닉보단 기본에 더 충실하다고 해야 할까. 미천한 내가 평가라는 것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그냥 내 느낌이다. 박선희씨는 특이한 습관이 눈에 띄었다. 오른손으로 연주를 하면서 왼손은 피아노 덮개 위에 올리는 것인데, 아주 잠시지만 버릇같았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3~4차례는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까.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신예 피아니스트 조성진. 지난해 6월에 춘천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했는데, 그도 피아노 건반을 닦는 버릇이 있다. 연주자마다 각자의 개성을 지켜보는 것도 참 재밌다. 여튼 박선희씨의 피아노는 화려하지는 않았다. 서로의 역할이 있는 것이겠지만 정성희씨의 피아노가 더 기교가 많은 듯 느껴졌다. 꽃으로 비교해 보자면 정성희는 장미, 박선희는 안개꽃 정도. 순전히 내 느낌이다. 박선희씨는 서울에서 율뮤직 아카데미의 원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율앙상블이 중간에 찬조출연했다.

     근데 율앙상블이 오랜시간 서울에서 와서 그런지 컨디션이 좀 좋지 않게 보여졌다. 틈틈이 들리는 불협화음에 불규칙한 음량까지 박선희와 정성희가 만들어놓았던 좋은 분위기를 다 망쳐버렸다. 실력이 나빠보이진 않았는데, 왠지 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귀가 조금 불편했다. 원래 피아노보다는 현악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나와는 맞지 않았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일단 자연스럽지 않았고, 비올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첼로도 바이올린과 비올라와 어울리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지꺼리는 소리라 여기면 그만이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춘천 봉의초등학교의 담장이 보기 좋다. 학교가 시민들 품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폐쇄적인 느낌을 버리면서 아늑하게 느껴진다. 자기것을 지키려다보면 더 많은 것을 잃기 마련인데, 내 것을 나누면 두배 더 커지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축제라는 타이틀을 왜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바흐와 차이코프스키, 조루주비제를 만났던 즐거운 시간이 됐다. 전체적으로 기본은 갖춘 연주회였다고 생각한다. 단 아쉬운 점은 역시나 피아노 듀오에 익숙하지 않았던 내가 각자의 연주를 잡아내서 듣기가 조금 불편했다. 듀오라서 솔로가 아쉽고 솔로라면 또 듀오가 아쉬웠을 것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박 교감의 동생 박선희씨의 연주를 좀더 듣고 싶었다. 정성희의 화려함에 조금 묻힌 것이 아닌가 싶다. 듀오의 포멧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작가 독주파트를 넣었다면 좀더 좋았을 것 같다. 또 너무 익숙한 곡들이 연주됐기 때문에 귀는 즐거웠지만 신선하거나 새롭지는 않았다. 내가 늘 새로움(NEW)를 찾는 직업의 특성상 뇌를 자극하는 충격이 필요하다. 어찌보면 관객들을 무시하는 연주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피아니스트 박선희씨에 대한 내 정의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인사라도 하고 왔어야했는데....그게 제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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