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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신문 위기인가 기회인가
    카테고리 없음 2012. 12.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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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쇄매체의 위기다. 요즘은 인쇄된 매체로 글을 읽는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듯 보인다. 간단히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면 온갖자료가 쏟아져 나온다. 쉽고 편안하게 가공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안되겠다 싶어서 스마트폰을 없앴다. 다시 폴더형 3G폰을 사용하니 답답하다. 인터넷뱅킹이 안되고,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길을 찾기도 어렵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는 버릇은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계속 폰을 꺼내서 뭔가를 하려고 하지만 점차 익숙해 지고 있다.

     

     확실히 현재의 환경은 신문에게 위기다. 규모가 작은 지방신문에게는 더욱 크게 느껴지는 위기다. 마침 비보가 들려왔다. 제주일보가 부도가 났다는 소식. 60여년의 전통을 지닌 제주일보가 부도가 나다니. 믿기지 않는다. 언제 어느순간 닥칠지 모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인쇄매체의 위기인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신문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12월부터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돼 이젠 누구나 기본 요건만 갖추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일본의 언론이 대형 포털에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언론이 이런 협동조합식으로 연대를 했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과연 우리 현실에도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환경의 변화는 위기이자 곧 기회가 된다.

     

    <2012 지역신문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좋은 아이디어가 많았다. 중앙일보가 최초로 베를리너판형을 도입했는데, 지역지에서도 대구일보가 최초로 베를리너판형으로 판을 바꿨다. 대구일보는 중앙일보에 대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베를리너판형은 현재의 보통 대판보다는 작지만, 타블로이드보다는 조금 넓다. 지하철 같은 이동수단을 타고 보기에는 딱 맞는 크기다. 판형만 바꿨을 뿐인데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지역신문에게서 느껴지는 촌스러움을 극복했다고 해야 한다. 대구일보는 여러가지 시도를 했는데, 일단 제호를 한문에서 한글로 바꿨다. 또 박스를 없앴다. 안그래도 기사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박스선으로 낭비를 할 순 없기 때문이다. 제목 즉 문패를 강조해서 기사를 구분했다. 보통 광고는 지면의 면적으로 계산을 한다. 그래서 광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이를 조은주 대구일보 편집부장에게 물었다. 하지만 광고 가격에는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조은주 부장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편집부에 활력이 생겼다. 브릿지(두면을 하나로 편집하는 것)를 활용해서 보다 다양한 편집을 할 수 있다. 광고의 경우에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편집을 적용할 수 있어 오히려 광고주들이 좋아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변화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시도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괜찮은 생각이다. 지면도 적은데 대판을 사용하면 사실 좀 없어보인다. 아무리 편집을 잘해도 뭔가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판을 아예 바꾸면서 신문이 젊음을 되찾았다. NEWS를 담는 판이 NEW해졌다. 판이 작아지다보니 종이값도 아낄 수 있다.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베를리너판형은 신문업계에는 블루오션인 듯 보였다. 가만히 보니 대구일보=리틀 중앙일보의 이미지가 생겼다. 이전에는 신문사를 하려면 법적으로 윤전기 시설을 갖춰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요건이 없어졌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윤전기를 포기하는 좋은 기계를 대신 빌려쓰면 그만이다. 오히려 더욱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윤전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미래는.... 함께 가야 하는데, 어느순간 부도가 날지도 모르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영진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지만 개인적으로 딱 두가지만 기억에 남았다. 하나는 앞서 서술한 대구일보의 배를리너판형으로의 변경과 또 하나는 경남도민일보의 <지역인물 스토리텔링>이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이분은 지난해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대상을 받은 양반이다. 매력이 넘친다. 지난해에는 전라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컨퍼런스가 열렸었다. 그런데 대상을 받은 김주완 편집국장은 경남이다. 뭔가 묘한 느낌이 든다. 전라도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써가면 모든 사람이 모인 앞에서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펼쳤다. 올해는 뭘 들고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굉장하다. 적어도 나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바로 지역신문의 살길이라는 생각을 했다.

     

     김주완 편집국장이 참여한 섹션은 <지역신문 저널리즘의 확장>이었다. 모두 3명의 발표자가 있었는데, 첫번째 발표는 경인일보의 순서였다. 경인일보가 올해 대단한 특종을 했다. GPS 전파 교란에 관한 기사가 기억나는가? 북한이 GPS를 교란해서 항공기와 배 등이 큰일 날뻔한 사건이었다. 전국이 이 사건으로 떠들썩해졌었다. 지역신문이 대단한 특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신문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경인일보 이현준 기자는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각종 정부부처의 출입기자들 중에 지역신문은 별로 없다는 통계도 보여줬다. 그건 정부부처가 막는 것이 아니라 지역신문 자체에서 그렇게 꾸려나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력과 재원이 마련돼야 하는데 암만해도 지역신문은 그런면에서 중앙지에 비해 열세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 한다. 그건 바로 지역신문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발표를 보면서 황새와 뱁새 이야기가 떠올랐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하다보면 다리가 찢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인일보의 사례를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듯 보였다. 소속 기자들에게 숙제를 남겼다.

     

     이 경인일보의 발표 이후에 김주완 편집국장이 강단에 섰다. 그는 일단 지역 신문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지역신문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교수들이나 각종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실질적인 도움이 안됐다고 한다.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뿐이다. 그래서 김 국장은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시도했다. 독자 명부를 보면서 일일이 전화를 했다고 한다.

     

    "오늘 읽은 기사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기사는 뭐였나요?"

     

    그가 얻은 결론은 역시 사람 냄새가 나는 기사가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 그래서 그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지면에 싣는 코너를 마련했다. 요즘 맛있는 맛집이 있다는데, 가보면 어떨까. 직접 가서 맛집의 음식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주인장의 철학을 함께 담았다. 문화면은 물론이고 스포츠 정치 등 전분야에 사람냄새가 나는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김주완 편집국장은 "지역의 사람을 기록하는 작업이야말로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였던 것이다"고 말했다. 맞다. 땅하고 머리를 때렸다. 경인일보가 중앙지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근본적으로 지역신문은 중앙지와 게임이 안된다. 하지만 바로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지역 사람들이 읽게 하는 것. 이것은 바로 지역신문에 종사하고 있는 기자들이 중앙지 기자들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이라고 느껴졌다. 아무리 중앙지 기자가 지역신문보다 많다고 하지만 일일이 지역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담을 순 없을테니까.

     

     매일 마트앞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고 하자. 마트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 할머니를 봤을 것이다. 바로 그 할머니의 이웃들이다. 그 할머니를 만나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를 기자가 대신 묻고 기사로 가치가 있다면 지면에 담는 것이다. 그래서 발견한 인물이 바로 송미영씨라는 분이다. 이젠 경남에 유명인사가 됐다고 한다. 호호국수집의 사장이다. 호호국수에는 유명한 맛집인데, 곱배기 메뉴가 없다고 한다. 왜일까 궁금한 기자가 묻는다. 송씨는 답한다.

     

    "어린시절 어렵게 자라나서 배가 많이 고팠는데, 그 이유때문인지 먹고 싶은 만큼 충분히 주고 싶었어요."

     

    곱배기 메뉴는 없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집. 충분히 이야기 거리가 된다. 점점 재밌어 지는건 이 분의 사연이다. 송미영씨의 자세한 이야기.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이 아니라 경남도민일보에서 검색해 보라.

     

     지역신문도 그 지역의 한 구성요소다. 바로 내 주변에 있는 이웃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지역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없다. 이런 기록들은 지역에서 만큼은 소중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김주완 편집국장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이외에도 특징없고 재미없는 부고 기사를 사람의 향기라는 코너를 통해 다룬다. 유럽의 어느 신문에서 본 것을 그대로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유럽의 한 지역지 1면에 동네 빵집 아저씨가 돌아가신 것을 실었다고 한다. 유럽은 빵집마다 빵맛이 다른데, 이젠 그 주인이 만든 빵은 더이상 먹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큰 이슈가 된다.

     

     지역인물 스토리텔링은 편집국의 사업으로도 이어지는데, 바로 피플파워라는 잡지 창간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매체다. 최근에 한겨레에서 인물 중심의 잡지를 창간했는데, 그 매체의 모체가 된다. 창간호부터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매달 1,000~2,000만원정도의 순수익을 남긴다니 지역신문에서 그야말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가만히 보니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나오고, 보통사람들만 다루진 않은 듯 보였지만. 여튼 사람의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경남도민일보의 사례를 보면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과연 열약한 환경에 처한 지역신문이 중앙지와 경쟁할 것인가?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토록 중요한가? 아니면 내 주변의 이웃의 이야기가 소중한가?

     

     

    정답은 없다. 모두 중요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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