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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교육탐방 뒷담화 (32) 핀란드의 루끼오 야르벤파 고등학교
    카테고리 없음 2013. 6. 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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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가 핀란드 교육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엔 바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 PISA 테스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인재가 많고, 그만큼 경쟁력이 뛰어나는 방증이다. 교육이라면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독일과 프랑스도 북유럽 국가를 배우고 있다.

     

     >카페같은데, 이게 고등학교라고.

     

    북유럽 건축은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영하 20도를 넘어가는 강추위에서도 야르벤파 루끼오(고등학교)의 실내 온도는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적절했다. 겉옷을 벗고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 상당히 많은 경험이 있는 듯. 설명도 차곡차곡 이해하기 쉬웠다. 코디네이터라고 자신을 소개한(아래 사진) 분이 나와서 학교 시스템과 핀란드의 교육에 대한 설명을 했다.

     

     

    야르벤파 루끼오의 코디네이터.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나오는 커스틴 던스트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 잘 생긴 학생이 한명 앞에 섰다. 핀란드 야르벤빠 루끼오에 재학중인 학생 튜터(우리나라의 학생회와 유사) 산드라가 학교를 소개하겠다고 한다. 말끔한 모습이 호감형이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학교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산드라는 자신이 정한 시간에 맞춰 학교에 등교한다. 자기가 배우고 싶은 과목을 정해서 1년에 5개 정도 코스를 이수한다고 했다. 핀란드에는 루끼오와 김나지움, 두종류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루끼오는 대학의 학점 이수제처럼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우리처럼 고1, 고2, 고3의 구분이 없는 것이다. 3년에 걸쳐 75학점을 이수하고 졸업시험에 통과하면 대학 입학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의 자유가 주어져 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모든 것이 자유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학생 스스로가 공부를 주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구조다. 야르벤빠는 1년에 5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 학기가 거의 두달꼴이다. 한 과목이 2달에 마무리되는 것이다. 만약 과목을 이수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에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수업에 열중한다고 했다. 또 자기가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고 배우는 것이기에 수업 집중도도 높다고 했다. 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워 놓고 순위별로 학점을 메기는 우리 대학과는 달리, 핀란드는 절대 평가로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Pass된다. 절대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Fail.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게 된다. 하고 싶은 걸 하게 만드는 교육. 결국 수동적인 교육보다는 낙오자가 덜 생기게 마련이다. 산드라는 지난해 중국어 수업도 들었단다. 중국에 대해 자신도 배웠다는 점을 통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서로 소통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학습을 주도할 수 있는 이유

     

     일단 분위기가 그렇다. 능동적이다.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끼어들면서부터다. 아무리 재미난 내용이라도 관심이 없어 하품을 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이는 옆 학생들에게 전달되고....그러면 전체 수업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일정 정도 국가에서 정한 기초 교육이 있겠지만, 일단 능동적으로 자신이 과목을 정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모든 편의를 위해서 핀란드는 <빌마>라는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 모든것이 연결돼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빌마. 학생 모두는 자신의 빌마를 갖고 있는데, 일명 인터넷으로 빌마에 접속하면 자신의 학습 진도와 교과 과정 등을 점검할 수 있고, 다음 학기 시간표도 짤 수 있다. 교사도 빌마를 통해 다음 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 학부모도 빌마를 통해 자녀들에 대한 교육 정보를 볼 수 있다.

     


    야르벤빠 재학생 두명이 대통령 선거 방송에서 인터뷰 하고 있는 모습이 캡처됐다.



     야르벤빠 고등학교는 핀란드에서도 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핀란드 대통령을 뽑는 선거 토론회가 야르벤빠 루끼오에서 열렸는데,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했다. 핀란드는 과반을 넘는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그 당시 2차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어린나이에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모습. 아니 결코 어린나이가 아니다. 10대 후반이면 자신의 삶의 목표와 방향은 설정해 놓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과연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30대 중반이 된 필자도 아직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상황인데, 어릴적부터 너무 수동적인 교육이 지금의 나를 만든건 아닌지 후회가 됐다.

     

    야르벤빠에서 만난 한 소녀는 K-pop 팬이다. 학교 졸업하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 가수가 너무 좋단다.

     

     

    야르벤빠 루끼오를 안내한 학생 튜터 산드라 학생.

     

     

     

     

    K-pop이 너무 좋아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학생(왼쪽)과 핀란드 유학생 정누리양.

     

     

    한글도 배우고 있는데, 비뚤빼뚤하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 어느정도 한국말을 알아들었다.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주관이 뚜렷해서 보기 좋았다. 정누리양은 yfu라는 단체를 통해 핀란드로 유학왔다. 핀란드 가정에서 머물면서 학교를 다닌다.

     

    정말 모든것이 자유롭다는 정누리양.

     

    >결국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우리는 인간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물론 학생들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무시하지 말고,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봤으면 좋겠다. 권위적인 사회 분위기를 통채로 바꿀 순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만 교사나 학생이나 한 인간으로 좀더 대화하고 서로 가르침과 배움을 통해 변화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 학생에게 주체성을 키워주자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전에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방식으로는 철저히 규제하고 어떤 방식의 예를 통해서 사람을 이끄는 것이 효율적이었다면 현재는 다양성이 더욱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 개별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학생도 교사가 될 수 있고 교사도 학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배움의 시작은 소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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