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수는 애인이 있는데. 이름은 노목희입니다. 출판사에서 만나서 관계가 증진된거죠. 늦은 시각 문정수는 노목희에게 전화를 걸어 가도 되냐고 물어봅니다. 오뎅이나 순대, 튀김을 사가지고 들어오라는 말을 합니다. 의미없고 무미건조하죠. 애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가까운 사이인건 맞는데 애인인줄은 모르겠네요.
노목희의 선배 장철수는 운동을 하던 시절 경찰서에 잡혀 들어가 일급 수배자들의 은신처를 불고 배신자가 됩니다. 아는 선배 경찰에게 모두 털어 놓은거죠. 은신하기 위해 <해망>이란 곳으로 갑니다. 그곳은 미군이 폭격 연습을 하던 곳이어서 철이 많이 묻혀있습니다. 고물을 수거해서 돈을 벌죠. 그래도 그깟돈 푼돈입니다.
박옥출은 서울에서 잘 나가는 소방수입니다. 기자가 직접 취재를 하러 불 속으로 들어갈 순 없기에 문정수는 박옥출의 시각에서 화재의 현장을 봐왔죠. 이 둘은 안면이 있는 사입니다. 어느날 백화점에 불이 났는데 박옥출은 8층 보석판매점에서 귀금속을 훔칩니다. 문정수는 화재의 현장에 내려오며 평소와는 다른 걸음걸이로 그가 도둑이라는 것을 짐작하죠. 기사를 쓰진 않습니다.
박옥출은 소방서를 퇴직하고 <해망>에서 고철 수거 사업자가 됩니다. 퇴직에는 신장이 나빠진 탓도 있습니다. 박옥출은 불법 장기 매매를 하는데, 그 신장의 주인이 바로 노목희의 선배 장철수입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모두 엮이게 되죠.
소설은 지루하게 연결됩니다. 인생사가 그런 것처럼 말이죠. 읽기 쉽게 주제를 가르쳐 주지도 않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거나 뭐 큰 사건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글은 진행됩니다. 육필작가라는 별명이 있는 김훈작가는 짧은 글쓰기로 유명합니다. 주어 서술어, 단순한 구조로 이해가 명확하게 연결되는 글이 매력적이거든요. 근데 <공무도하>에서는 제법 긴 문장이 많이 눈에 띕니다. 필체가 변한걸까요.
특별한 감동과 재미가 없지만 소설은 끝까지 일게 합니다. 노목희는 외국 교수의 추천을 받아 외국으로 나가게 되고, 문정수도 취재의 일선으로 돌아가겠죠. 과연 희망이란 것이 있을까요? 하루키의 <1Q84> 3권이 예약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키의 작품을 읽고 난 직후라 그런지 미묘한 차이가 심하게 느껴집니다.
△2009년 10월7일 한림대에서 열린 <제7회 저자와의 대화>에 초대된 김훈작가.(사진출처=강원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