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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교육탐방 뒷담화 (18) 독일의 맛 돼지족발
    카테고리 없음 2013. 1. 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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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 독일식 돼지 족발. 맛에 한번 놀라고 엄청난 양에 한번 놀라고, 또 무서운 칼에 한번 더 놀랐다.

     

     

     

     

     

     독일에서 진정 제대로 된 음식을 만났다. 내 입맛을 완전 사로 잡았다. 교민 간담회를 할 때도 한국 음식만 먹었고, 현지식을 먹는다고 해도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날 만난 독일식 돼지족발은 그 모든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음식점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관공서의 홈페이지에도 소개된 유명 맛집이란다. 돼지 족발은 일단 크기가 엄청나다. 우리나라는 살코기보단 비계가 많은데, 독일 족발은 고기가 많았다. 그냥 다리가 하나 접시에 올라와 있다고 보면 된다. 많이 걸었기 때문에 항상 배가 고팠는데, 모처럼 맘껏 먹었다. 족발 옆에 무채같은게 나왔는데, 느끼한 맛을 쏴악 날려줬다. 모니모니해도 역시 여행을 떠나면 그나라 음식을 먹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고기도 노릇노릇 잘익어서 한참을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그래도 족발은 남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양이 엄청나다. 족발에는 역시 맥주가 딱이다. 맥주 맛도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한국 맥주는 싱거워서 못 마시겠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정말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한국에 와서 맥주를 마셨는데, 독일에서 맛본 맥주가 자꾸 생각난다. 이거 배보다 배꼽이다. 맥주 한잔 마시려고 독일로 가고 싶다니.

     

     독일의 전체적인 느낌은 굉장히 정확한 나라라는 점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독일로 건너온 첫날 버스 운전사의 노동시간이 초과하자 심술을 부리던 버스기사의 행동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 분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다. 버스에 시동을 걸고 끈 시간이 다 기록돼서 근무 시간을 체크한다고 한다. 규정을 초과한 운전에 따른 사고가 나면 보상도 힘들어지게 되는 법이다. 법망이 철저하게 갖춰져 있다. 버스운전사의 안전은 물론 승객의 안전도 보장하는 길이다. 이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에 버스에 이상이 생겼다. 그래서 버스회사에 가서 차를 갈아 탔는데, 운전기사는 정중하게 미안함을 표현했다.

     

      몇해전 오스트리아 출신의 지휘자 마틴직하르트씨가 춘천을 찾은 적이 있다. 이 분은 춘천시향 백정현 지휘자의 스승이기도 한데. 그가 이런 비유를 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차이가 마치 한국과 일본을 보는 듯하다. 매우 정확한 일본은 독일과 닮아 있고 여유와 유도리가 느껴지는 한국은 오스트리아와 같다는 것이다. 독일에 와 보니 이 말이 맞는 듯 하다. 계약이 보장한 권리는 철저히 보호해 주는 정확함. 그래도 그런 면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따뜻하지만 철저한 독일. 왠지 친정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났던 독일인들도 대부분 유머와 함께 친화력이 넘쳐났다. 유럽교육탐방 기간 동안 만난 유럽인들은 역시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 수 있는 여유는 느껴졌다.

     

     

     

    하이델베르크 고성. 올라갈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내려올땐 걸었다.

     

     

     

     

    하이델베르크 고성.

     

     

     

     

    하이델베르크 고성.

     

     

     

     

    하이델베르크 고성.

     

     

     

    하이델베르크 고성.

     

     

     

     

    하이델베르크 고성.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바로 아래부분에는 물이 차 있었다고 한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에서 만난 괴태의 흔적.

     

     

     

     

     

    하이델베르크 고성. 20만리터의 기름보다 많이 들어가는 술통이란다. 이 술통을 지켰던 사람의 이름이 페르케오라는데, 영어로는 Why not?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키가 작고 놀길 좋아했다고 한다.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30살에 죽었다고 한다.

     

     

     

     

     

     

     

    하이델베르크 고성. 이야기가 넘친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을 내려가는 길. 옛스럽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을 내려가는 길. 옛스럽다.

     

     

     

     

     

    시멘트가 마를때 누군가 발 모양을 낸 모양이다. 뭔 이런 사진을 찍었나 싶겠지만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관광명소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을 내려오기 전에 한눈에 아래 마을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 누군가의 발 모양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독일의 스토리텔링이 관광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아무 의미없는 발 모양이다. 여행자들 중 이 발 모양과 똑같은 사람이 저녁에 술을 쏘는 게임을 해봐도 재밌다. 성에서 바람을 피던 어느놈이 달아나다가 남긴 발모양일 수도 있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바로 뒤 창문에서 뛰어내려 첫발을 디디고 아래에 보이는 강으로 뛰어 도망갔다는 것이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곳이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가 대도시라는데 인구도 60만명도 안된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한산했는데, 서울의 명동처럼 사람이 많은 거리도 있었다.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서 나 홀로 서울의 명동같은 거리를 걸었다. 일행을 찾다가 포기하고 나 혼자 길을 걸으며 즐겼다. 예정에 없던 여유가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패션은 한국이 좀더 첨단을 달리고 있는 듯했다. 한국은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데 반해 독일이나 프랑스는 오히려 한국보다 2~3년 늦다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오~호. 그래서 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옷을 사지는 말라는 권유를 받았다. 독일은 세계대전 당시 탱크를 만들던 회사가 칼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쌍둥이칼이다. 정말 정교하고 튼튼하다는 것이다. 김치를 자를 때 사용하는 가위는 정말 대를 물려서 쓸정도로 견고하다고 한다. 하나 살라고 했는데, 가격이 거의 10만원 정도다. 그냥 중국산 1~2만원짜리 가위를 10번 사는게 낫겠다 싶어 관뒀다.

     

     독일인은 여유가 넘친다. 공교롭게도 독일에 머문 기간이 금요일 이후 주말이었다. 그래서 학교 방문을 많이 하지 못하고 주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돌아다녔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 보면 오래된 성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말 그런 성이 하나씩 보인다. 보통 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른바 성주다. 통일 독일을 완성하기 이전에는 이런 성주가 각 지역을 맡아 세금을 받았다. 독일이 프랑스보다 힘이 약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농민들은 세금을 내고 성주의 보호를 받는다. 어찌보면 현재의 깡패와 비스름해 보인다. 그런 성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게 신기했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을 찾았다.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지속적으로 보수공사가 진행중이다. 우리처럼 빨리 빨리가 아니라 정확하고 철저하게 마무리한다. 어짜피 몇 백년동안 그대로 보존될 것이기에 1~2년내에 마무리한다고한들 뭔 의미가 있겠나 싶다. 복원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조금씩 조금씩 수리하면서 전체적으로 한바퀴돌고 또 수리하고 사람들과 함께 지속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있다. 김아타라고. 김아타의 작품을 보면 도시 풍경을 보는 듯하다. 단순히 보면 그렇다. 카메라를 고정해 놓고 한 장면을 찍는데, 노출 시간을 길게 해서(예를 들어 10시간씩) 사진을 찍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건물만 남는다. 시간의 유동성을 한장으로 압축해 표현한다. 엄청난 시간이 흐르면 그 건물들도 사라질 것이다. 보잘것 없는 사람이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안간힘을 쓰는지 모르겠다. 특히 한국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남을 이기고 올라가도 또 그자리에 경쟁자가 있다. 경쟁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한국은 소모적 경쟁이 지나치게 많다. 협동적 경쟁이 필요하다. 이번 여행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는데, 그런 점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고성에서 만난 아들과 어머니. 모델같다.

     

     

     

     대체로 유럽사람들은 여유로웠다. 주말에는 일을 떠나 가족과 함께 고성 같은 주변 관광지를 찾아 여유를 즐긴다. 하이델베르크 고성에서 그런 독일 여성을 만났다. 아들과 함께 둘만 나들이를 온 독일인과 기념촬영을 했다. 독일어를 할 줄 몰르고 유부남이 유부녀에게 뭔 이야기를 더 하겠냐 싶어서 그냥 사진만 찍었지만, 독일이라서 그런지 뭔가 부러웠다. 나도 가족과 함께 주말에 여유를 느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한국이 낯설게 됐다.

     

    문화유적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이자 종교의 나라, 뭘 안다고 했을 때 대충 아는 것은 모르는 것과 같고, 정확히 알아야 하는 나라. 교육비 의료비 걱정없고, 배운데로 살고 있는 나라, 독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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