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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가 인심
    카테고리 없음 2011. 10. 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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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가족이 함께 동해 바다로 떠났습니다. 콧구멍에 바람 좀 쐤죠. 원래 계획은 속초로 가려고 했지만 강릉 옥계로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 때문에 바닷 바람이 차더군요. 아버지와 엄마, 형과 형수, 저와 집사람 그리고 딸 하은이와 함께 7식구가 한 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옥계에 위치한 한국여성수련원. 솔향누리.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여유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어릴 적에는 가족보다는 친구들끼리 가야 제맛이었는데요. 저도 가족이 생기도 보니, 조용한 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욱 좋아지네요. 한국여성수련원에서 좀더 바닷가로 들어가면 금진항이 있습니다. 그 항구를 지나 정동진으로 가는 해안길이 있는데요. 아주 조용하고 운치 있습니다. 정동진까지 까서 어색하게 산위에 있는 호텔, 썬크루즈도 보고 바로 밑에 있는 횟집에도 들렀습니다. 6명이 먹으려니 20만원을 달라네요. 결국 금진항으로 돌아가서 회를 시켰는데 15만원이나 합니다. 다 비슷하군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소주를 마시면서 취했습니다. 수련원 숙소에 짐을 풀고 아버지와 함께 앞의 해안가로 나섰습니다. 제가 있어 아버지란 존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함입니다. 엄마도 마찬가지고요. 아버지의 뒷 모습이 점점 처지는 듯 보여 마음이 아파옵니다. 요즘 시대 62세면 청춘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농부입니다. 한평생 흙에서 살아오셨죠. 농부의 마음은 정직합니다. 작물이라는 것이 정직하거든요. 20대 처음 농사를 시작했는데, 농사의 명수였답니다. 아버지 이름이 '명수'십니다. 남들보다 1.5배는 수확량이 많았답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성실하게 일만했는데, 땅은 보상을 해준 것입니다. 저는 농부를 좋아합니다. 저도 결국 농부가 될 것입니다. 한미 FTA에 걱정이네요. 암만해도 영향은 있겠죠. 이제 형이나 저는 다 큰 성인이 됐습니다.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있고, 아무튼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굶어 죽진 않을 정도로 벌고 있고. 이젠 아버지도 일을 줄이실 때가 됐습니다.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자식 대학만 보내면 될 줄 알았더니, 이건 크면서 더 큰 돈이 들어가는구나."

     대학때도 알바한번 한적없이 편안하게 지냈고, 결혼할때도 집한채 장만해 주셨습니다. 사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너무나 작습니다. 한없이 부끄럽네요. 그저 얼릉 손주 보여드리고, 행복해 하시는 모습으로 만족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버지는 세상을 살면서 돈을 쫓지 말라고 하십니다. 돈은 자연스럽게 오게 해야지 쫓다가는 더 멀리 도망간다고 하네요. 흙과 함께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께서 자연의 섭리를 말씀해 주시네요. 저는 부유한 집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습니다. 전 아버지 어머니가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경제적인 부를 쫓다보면 정신이 피폐해지는 듯 합니다. 아버지를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됩니다.
     
     어부의 인심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옥계 해수욕장을 따라 걷다 보면 끝에 시멘트 공장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장과 해변 사이에 하천이 있습니다. 다 잘 아시겠지만 하천과 바닷가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낚시의 명소가 됩니다. 고기가 많죠. 여지없이 그곳에 자리를 펴서 핫꽁치에 소주 한잔 드시는 분이 있더군요. 이름을 정확히 들었는데, 까먹었네요. 머리속에 지우개가 들어 있나봐요. 옥계 신협 전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투망을 들고 바닷가를 바라보는 어부들. 낯선 이에게 소주한잔 하고 가라는 바닷가 인심에 아버지와 나는 행복했습니다. 바닷가에서 술을 마시면 쉽게 취하지 않는 듯합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체온을 낮춰주거든요. 따뜻한 방에 오면 한순간에 술에 취하게 됩니다. 함께 소주를 마시며 핫꽁치를 초고추장에 찍어 마시며 나누었던 정. 바로 한국의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관광지를 개발한다고 막대한 돈을 투자해 인프라를 늘리고, 부채는 쌓여가는 지방정부, 전 맘에 안듭니다. 생활속에 이런 소중한 인심이 바로 관광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모습 자체.

     강릉 바다의 바람을 아직도 콧 구멍속에서 느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다음에 제 딸 하은이가 커서도 많은 여행을 다니도록 해야겠습니다.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거든요.

     한국여성수련원 5층은 정말 좋더군요.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해가 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누워서도 따듯하게 일출을 볼 수 있는 곳. 김영녀 한국여성수련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새벽 6시반에 일어나서 해가 뜨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아이폰을 들고 찍은 일출의 모습. 정말 장관이네요. 해는 엄청나게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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