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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근한 겨울 바다
    카테고리 없음 2011. 12. 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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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주문진고등학교 주변에 단독주택이 촘촘히 붙어 있습니다. 아무도 없었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인 것은 알아차릴 수 있는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영동지역은 영서지역보다 평균 5도 정도는 높다고 합니다. 지난 19일 한 겨울인데도 역시나 포근하고 참 살기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 사이로 명태가 자루에 담겨 있고, 따뜻한 햇살이 좋은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늘상 경험하고 있는 것은 그 소중함을 느끼기 어렵겠지만, 가끔 들르다 보면 역시나 그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강릉 주문진고등학교 2층에 올라서니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닷가와 정말 가까운 학교였습니다. 한 학생에 물으니 맨날 보니까 별 다른 느낌은 없다고 하네요. 공기와 같은 것이겠죠. 꼭 필요하지만 사라지지 않으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 이런 저런 생각 끝에 결국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돌아오고 말았네요.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해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합니다. 이번 강릉출장은 회사일 때문에 다녀왔지만, 정말 혼자만의 시간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쯤은 정리할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이제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름 정리의 시간을 가졌고, 또한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이것이 아니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길이 있고, 가고 싶어도 못가는 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가질 수도 있지만, 나의 소중한 것을 잃을 때도 있죠.


     주문진고등학교 송도영 교장선생님은 참으로 편안한 분이시더군요. 교장의 권위가 느껴지지도 않았고, 소박하신 듯 보였습니다. 웃음도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느껴졌습니다. 주문진고등학교 주변에 맛있는 생선구이 집이 있더군요. 원영생선구이라고. 풍성한 생선구이를 한입 먹었습니다. 미역국인 듯한데 된장으로 끓였는지, 맛은 독특하더군요.

    원영생선구이집의 풍성한 생선구이. 역시 고등어가 제일 맛있더군요.


     우리나라의 교육이 정말 잘되고 있는 것일까.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벌서 10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주문진고등학교 교정에 들어서니 그 시절이 생각나더군요. 학교에 가면 재미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있고, 배움의 기쁨도 있었으니까요. 농구도 할 수 있었고, 힘 자랑도 했습니다. 전 남학교 생활만 해서 그런지 여학생들에 대한 동경도 있었죠. 이제와 보니까...정말 남녀공학은 필요한 듯 보입니다. 남녀를 구분지어 학교를 만들어놨을까요. 자연스럽게 이성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 이야기하고 생각도 교류하고 뭐 그렇게 자연스럽게 돼야 하는거 아닐까요. 구분짓다 보니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네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가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요.

    >>순위 평가부터 없애야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을 안 시키는 부모가 있을까요?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순위 위주의 교육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100명의 아이가 있다면 1등부터 100등까지 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게 학교가 정해지고 또 인생도 달리집니다. 순위를 매기기 위해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겠죠. 객관성을 확보하려면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 위주의 점수가 확실합니다.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뭐 이렇게 딱 떨어지니까요. 하지만 인생의 배움에 어찌 점수를 매길 수 있겠습니까. 영어 100점 받았다고 영어를 100점 만큼 합니까? 배움의 정도를 수치로 표현할 수는 있겠죠. 그렇다고 그 평가가 정확한 겁니까...묻고 싶습니다. 저도 7개월된 딸아이가 있습니다. 딸이 자라고 성장하는 곳은 역시 대한민국이겠고, 이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고스란히 그 제도에 맞춰지겠죠. 딸아이가 어느날 시험지를 들고 100점을 받았다고 아빠에게 자랑한다면 저는 기분은 좋겠죠. 잘하고 있구나도 알 수 있고요. 교육의 본질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를 만드는 것. 

    강릉 주문진고등학교에서 바라본 하늘의 풍경. 정말 아름답지 않으세요?



     최근에 춘천고등학교의 한 학생을 만났습니다. 곤충 박사를 꿈꾸는 학생이었는데요. 내신은 거의 바닥이었지만 연세대학교에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당당히 합격한 친구였어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곤충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다 쏟아 부었고, 제가 봤을 때 곤충 연구 수준이 상당히 높았어요. 갑자기 이 학생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유는, 우리 현재의 교육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라는 것은 언어, 영어를 통해 외국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 교육의 목적입니다. 20년을 영어공부해도 외국인과 대화하지 못하는 교육은 정말 쓸데없는 겁니다. 앞서 말한 춘천고등학교 학생은 자신이 알고 싶어하는 곤충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외국의 저명한 학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당연히 영어로 했겠죠. 이처럼 영어는 그 학생과 학자와의 소통의 수단일 뿐입니다. 얼마나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영어를 배운다면 최소한 미국 영화는 자막없이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돼야 하지 않겠어요? 저도 무척이나 후회스럽습니다. 제 아이에게만은 그런 과오를 겪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영어 교육의 본질=외국인과의 소통
     언어교육의 본질이 다른 나라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그것에 맞춰야 하겠죠. 최근 KBS 다큐에서 본 영어교육을 봤는데 정말 중요한 사실을 일러주더군요. 핀란드의 사례를 통해서요. 한국의 성과위주의 교육과는 달리 핀란드는 평가가 없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고 사용하게 했습니다.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영어를 배우게 하고, 핀란드어로 된 콘텐츠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어로 된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게 되고, 채팅도 영어로 하더군요. 영어 점수 100점 맞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 강의나 순위를 매기는 평가는 바로 이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수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샌들 교수의 강의법을 아시죠. 토론식 수업입니다. 질문하고 답변하는 거죠. 자신의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교사들이 의외로 상당합니다. 교사들의 직업병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학생들의 수준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거울이라서 학생들은 바로 선생님을 보고 배웁니다. 공부하는 선생님 밑에는 공부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는 거겠죠.

     >>토론을 통해 변해가는 아이들
     최근에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토론교육을 통해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 됐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 토론의 매력에 빠져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여러사람들 속에서는 정말 다양한 생각들이 있습니다. 뭐 다 아는 사실이자나요. 하지만 권위적인 분위기라든지, 받아들이지 않고, 남의 의견은 듣지도 않는 분위기가 만연한다면 토론은 쓸데없는 도구일 뿐이죠. 요즘 말 못하는 학생은 없다고 합니다. 개인의 인격이 존중받고, 개성도 또한 무척이나 중요한 사회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습니다. 토론의 형식을 배워 자신의 의견과 남의 의견이 다르고, 더 발전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이 장차 미래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궁금합니다. 내 딸은 최소한 자신의 생각은 갖고 있고, 그 생각이 남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논리적 무기를 갖춘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19일 강릉 주문진고등학교에서 강원토론학교를 마치고 20일에는 속초 설악여중을 찾았습니다. 정말 회가 먹고 싶어서 혼자 횟집을 찾아 소주한잔했습니다. 저도 4차원인듯.



    동해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에 대한 감상만 적으려고 했던 처음 취지와는 달리 교육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싣게 됐네요. 지루한 포스팅이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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