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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극단 도모의 연극바보들
    카테고리 없음 2013. 4. 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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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바보들(사진제공=극단 도모). 장혁우(왼쪽), 김도란(오른쪽) 배우.

     

    글쎄, 솔직히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봤다.

    극단 도모가 지난 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한달간 춘천 봄내극장에서 <연극바보들>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난 4일 잠깐 시간을 내 극장을 찾았다. 남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데, 스토리는 단순하다.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서로를 속여야 하는 남녀. 결국 돈 때문에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도란을 보게 된 혁우, 혁우도 자존심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자신이 하는 일(연극 시작에 앞서 바람잡이)을 속이고, 유명 연극에 캐스팅됐다고 속인다. 이 상황이 위기가 되지만 결국 연극을 통해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해피엔딩. 잠깐의 반전이 연출되지만 눈치빠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스포일러라 소개할 순 없고. 상당히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장혁우와 김도란, 두 주연 배우의 연기.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지만 내 기준에 따라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김도란이라는 여배우,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인 <오셀로>에서도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줬는데, 하지만 이번 극에서는 어색한 부분이 없었다. 상당히 매력적인 모습을 지닌 이라고 생각된다. 일단 여자의 매력은 충분히 지니고 있고, 연기도 부쩍 늘었다. 예쁜 외모에 다리가 길다. 음성이 약간 고음이라서 듣기 거북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매력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관객들과의 호흡도 무리없이 척척. 연극바보들이 장기 레이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정도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니, 앞으로 더욱 기대가 커진다. 김도란을 빛나게 한건 역시 배우 장혁우다. 장혁우는 인기영 작가와 함께 이번 연극바보들의 극본을 직접 쓴 장본인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시나브로의 <나로> 역을 맡아 나같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혁우라는 인물이 참 재미있다. 연극을 위해서 극단 도모를 찾아온 그. "3개월간 월급을 받질 않겠다. 연극을 사랑하니 연극을 할 수 있게만 해달라." 이에 황운기 사회적기업 문화프로덕션 도모 대표는 "그래 알았다" 한번 해봐라고 했단다. 3개월치 월급은 정말 주지 않고...이것이 안좋은(?) 선례를 남겨 이후 도모에 입단한 배우는 이런 관습을 따라야 했다는... 웃지 못할 일이 ㅋㅋ

     

     나도 사랑하는 배우 장혁우. 연기에 대한 끝없는 집착, 노력, 헌신이 느껴지는 배우다. 그래서 언젠간 한번 대박 히트작에 연기를 펼칠 것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번이 아마 그 전초전이 되지 않나 싶다.

     

    #1. 남과 여의 차이.

     

    남녀의 뇌 구조가 다르다고 한다. 솔직히 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나도 어제 집사람과 한바탕 싸웠다. 서로 이해안되는 부분이 있다. 뭣 때문에 화가 났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 연극바보들

     

    도란은 혁우에게 소박하더라도 청혼을 해달라 요구한다. 혁우는 정식으로 멋들어지게 청혼을 하고 싶다. 그래서 좀더 살림이 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사소한 말다툼이 오고가고, 도란은 삐친다. 혁우는 뭣 때문인지 가물하다. 남자에게 전화가 와서 화를 낸 것에 대한 것인지, 아님 청혼 때문인지.... 혁우는 그냥 모든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상황을 넘어가려 하지만, 도란은 자신이 뭣때문에 이런지 모르냐고 되묻는다.

     

     혁우 "그냥 다 미안해." 도란 "오빤 그게 문제야."

     

    연극바보들이 주는 재미는 이런 남녀 생각의 차이를 코믹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임펙트가 좀 약해서 보강해야 할 부분도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스토리가 자연스럽다. 2인극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시선은 온통 두 배우에 집중돼 있다. 작은 실수에도 "에이 이건 아니지"라고 여길 수 있다. 혁우와 도란의 호흡이 비교적 잘 맞아 떨어졌다.

     

    코믹한 오프닝으로 시작해 다소 지루한 평범한 일상. -> 위기가 닥치고, -> 눈물샘을 자극하려고 할 때 약간의 반전이 한컷. -> 이 모든 걸 한방에 확 날려버리는 반전. -> 결국 해피엔딩. 민경 극단 도모 대표의 연출이 돋보이는 구석이다.

     

    #2. 지역극단이 뭘해

     

    그동안 지역 극단이 중박(대박의 중간)은 몇차례 날려다고 해도 대박을 친 기억은 없는 듯 하다. 지원금을 받아서 김유정 등 지역의 작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긴 했다. 그나마 도모나 아트쓰리씨어터 정도가 메마른 황무지에 단비같은 소중한 작품을 선보이긴 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늘 싸늘했다.

     

    지역극단 치곤 꽤 괜찮다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사실 연극바보들을 보면서 대학로에서 보던 연극이 떠올랐다. 대학로에서 본 작품들이 그리 뛰어났다고 볼 수 있나? 솔직히 대부분 별로다. 몇몇 재밌다고 입소문을 타고 본 작품이 뮤지컬 루나틱이라는 작품이었다. 개그맨 백재현이 출연했던 작품인데, 꽤 볼만했다. 루나틱이 광기의 의미를 담고 있는 코믹스러운 작품 그대로를 잘 설명한다. 성공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롱런하고 있다. 연극바보들도 어느정도 성공 요소를 지닌 중박 정도의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대박으로 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긴 올해 내내 공연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11월에는 대학로에서도 공연을 한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발전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를 계기로 극단 도모는 서울 사무소를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 황운기 대표의 머릿속에는 이를 발판삼아 대학로 연극무대를 평정하고 싶을거다. 좋은 투자자도 그의 주변에 몰려 오리라. 지역 극단이라는 한계를 반 발자국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3.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연극바보들>

     

     연극이 TV와 다른 점이 뭘까. 바로 관객들과 즉석에서 호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멍청이로 만들어 버리는 TV보단 훨 매력적이다. 도란이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노래하면서 관객 두명을 무대로 끌어 올렸다. 첫번째 관객은 수줍은 듯 주춤했고, 두번째 관객은 즐겼다. 연극이 살아 움직인다는 표현을 이때 사용하고 싶은데, 어색했던 첫번째 관객의 무대 등장에 이미 두번째 관객은 나도 올라갈 수 있겠구나라는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란과 함께 재치있는 춤으로 관객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 탈바꿈시켰다. 마구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내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또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배우 김도란은 관객을 배우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면서 하는 멘트 "오빠 요새 자주 오더니 춤이 늘었네" 즉흥 멘트가 흥을 더한다. 배우의 가치는 이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지역 극단으로 한 작품을 한달이나 롱런한다는 것은 부담이다. 왜냐, 일단 부대 비용이 만만치 않다. 무대를 비추기 위한 조명 전기료가 얼마나 비싼지 관객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래도 반드시 한달간의 장기 공연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연극바보들은 단순히 재연하는 연극이 아니라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관객들과 살아있다. 생명체란 움직이고 변화한다. 배우도 변하고, 관객도 마찬가지다. 이날 내가 연극을 봤다고 "아~ 그 연극 봤어라며 덮어두기 보단 또 한번 더 봤더니 이런 새로움이 있네"라고 느끼게 할 수 있다. 오늘 매력있는 여성을 내일 다시 본다고 매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똑같다.

     

    -> 내가 알기론 한달간의 장기 공연은 아마 처음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춘천시민에게 제안한다. 4월 한달간은 언제든 봄내극장에서 연극바보들이 기다리고 있다. 연극을 보러 가자. 정말 재미있고, 신선하고, 가치있는 도전이 여러분을 통해 자라나고 있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 한가지가 빠졌다. 연극바보들을 정말 칭찬하고 싶은게 있다. 극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맥주. 시원한 맥주. 나도 맥주광이다. 맥주가 생각날 때 연극을 보러 오라. 연극바보들은 맥주회사 하이트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선전물도 맥주캔 모양이다. 솔직히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돈은 피다. 살아있는 생명체에 피가 없으면 그건 좀비, 강시, 흡혈귀 정도 밖에 안된다. 그동안 지역의 열악한 환경에서는 재단의 지원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물론 이 공연도 강원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게다가 민간 회사의 지원도 받아서 어찌보면 상업성도 일정부문 갖췄다. 대본이 좋고, 배우가 좋고, 어느정도 효과도 있는 광고가 곁들어졌다. 실제 배우도 극에서 맥주를 두캔이나 마신다. 집에 와서 나도 시원하게 맥주 한잔 들여마셨다. 드라이피니쉬로. 간접 광고가 나쁘다고만 할 순 없다. 적절성만 유지한다면 더욱 풍부한 피를 얻을 수 있고, 이는 좋은 작품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대가 큰 만큼, 부족한 면도 확실히 많이 보인다. 관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연극바보들>이 잘 이어지길 바란다. 중박은 지났으니 대박으로 가길. 땡큐 황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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