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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필요한 이유
    카테고리 없음 2015. 11. 1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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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사람은 풍성하게 만듭니다. 생각을 정리할 때도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죠. 모처럼 아이들과 안면도를 찾았습니다. 생각할 여유를 갖고 나를 정리하기 위해서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제 나이가 되도록 전 모했나 싶더군요.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또 생각은 많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30대 중반이 됐습니다. 


    더 억울한 건 지금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중2병에 걸려버렸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둘이나 있고, 집사람 뱃속에는 셋째가 있는대도 말이죠. 좀더 어린 나이에 나를 만날 시간을 갖게 됐다면 지금의 제 삶은 조금이나마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내년 2016년부터는 자유학기제가 전면 도입됩니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한 학기에 시험을 없애고 아이들이 스스로 꿈과 끼를 찾을 여유를 선물한다는 의미로 현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 중 하나입니다. 시험을 없앴더니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미 몇년전부터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운영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맺었습니다. 


    쓸데없는 경쟁에서 벗어나고 좀더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일단 도입 취지는 좋은 것 같습니다. 자유라는 의미는 소극적, 적극적 의미로 해석이 되는데요. 시험으로부터 자유, 즉 소극적 자유의 의미가 있습니다. 또 적극적인 의미로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를 심어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커녕 어른들조차도 진정한 자유를 누려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 직장에서 자유학기제에 관련한 기획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주제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공생이라고 잡았고요. 자유학기제 도입에 맞춰 해외 여러 제도를 벤치마킹했는데요. 일단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영국의 갭이어, 덴마크의 에프터스쿨 등이 있습니다. 모두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스스로 찾아나가게 하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전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취재했습니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거의 유일할 정도로 입시학원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라는 이야기죠.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감자대기근이라고 하는 불행을 겪으며 가난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만이 유일한 자원이었습니다. 결국 교육만이 입신양명의 유일한 수단이 됐던 것이죠.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은 사회와 점점 유리됐습니다. 사회가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경쟁을 측정하는 도구가 됐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사회적 병폐가 생겨나게 됩니다. 성적을 비관한 자살, 왕따 등을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대략 40여년 전에 전환학년제를 도입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1년을 전환학년이라고 부릅니다. 시험을 보지 않고 사회의 다양한 경험을 쌓는 시간이 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1때 문과 이과를 선택하는 시기였죠. 이 시기 아일랜드 학생들은 자신의 꿈에 근접한 실질적인 경험을 쌓고 불확실한 사회를 헤쳐나가는 법을 배웁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전환학년을 보낸 학생들에게서 우리나라의 대학생 느낌이 풍겼습니다. 상황장악력이 뛰어나더군요. 이슈를 지배하고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출중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적확히 표현했고, 당당했습니다. 비록 명확한 꿈을 정하지 못했을지라도 자신의 삶을 살아갈 준비를 마친 듯 보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제루샤 에벗처럼 든든한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후원자가 필요합니다. 바로 키다리 아저씨죠. 사회의 멘토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중요해 보입니다. 기업들도 교육의 주체로 비용을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하고, 정부는 이런 기업들에게 세금 감면의 당근책도 마련해야합니다. 


    누군가의 도움과 후원을 받고 자란 우리의 아이들은 또 다른 아이들에게 배품을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자유학기제는 크게 두가지 핵심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수업과 평가의 변화이고, 또 한축은 자유학기 활동입니다. 자유학기 활동에는 진로체험, 동아리활동, 체육활동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심어주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유는 말그대로 이것저것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할 수 있으려면 선택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저는 그런 인프라를 연구하기 위해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키다리 아저씨가 되겠다고 한다면 조금은 많이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만 제가 했던 경험을 아이들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자유학기제 기획취재의 시작은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 스스로가 하고자 했던 기획이었던 것이죠. 2016년에 자유학기제가 전면도입된다고 하니 지역이 학교와 함께 우리 아이들의 행복교육을 하자는 의도였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더욱 강한 실천 동기를 얻을 수 있었고, 역설적으로 어려움이 닥칠수록 더욱더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런 경험 하나가 인생을 다르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하는 겁니다. 하지만 알지 못하면 깨닫기도 힘들게 되는 것이겠죠. 그래서 키다리 아저씨가 필요합니다. 


    자유학기제의 키다리 아저씨.... 사회의 어른들은 누구라도 키다리 아저씨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제한 사항이 있긴 하지만요. 제일먼저 순수해야겠죠. 아이들을 돈 벌이로 보면 안되겠죠. 


    다음에는 아일랜드에서 주체성을 키우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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