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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슈퍼문(Super Moon)을 찍었다
    카테고리 없음 2014. 9.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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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4로 추석달을 촬영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사진이다. 난 고민했다. 아무리 아이폰4가 혁신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하늘의 달을 찍을 자세히 찍을 수 없다. 도구가 필요하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20여년전에 쓰던 천체 망원경을 꺼내 조립했다. 망원경을 감싸고 보고 하고 있던 스트로폼이 낡아서 흐트러져 날렸다. 내 서재가 지져분해졌다. 청소하기도 귀찮다. 부품을 대충 조립했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작은 구멍으로 아이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진 서텨를 눌렀다. 동영상도 찍었다. 생각보단 잘 촬영된 사진이 맘에 든다. 페이스북에 올렸다. 반응이 꽤 좋았다. 지인 중 한명은 그 사진을 퍼 나르겠다고 했다.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지난 추석 난 3일의 연가를 사용해야만 했다. 회사는 노동자의 날 빼고는 모든 연휴는 연가를 사용하도록 한다. 뭔가 불합리하다고 여겨진다.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합리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빌었다. 딸이 너저분해 있던 천체 망원경 중 부품속에서 작은 망원경을 찾아와서 나를 방해했다. 자기도 작은 망원경으로 달을 보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안보인다. 딸은 그래도 아빠를 따라한다.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달을 보며 또 빌었다. 내 딸아이만큼은 합리적인 사회에서 살기를 바란다고. 



     그러고보니 난 참 생뚱맞다. 어릴적부터 상상력이 뛰어나다고는 내 자신을 여기기는 했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 넘치는 에너지 때문인가. 그래서 고향에서 춘천 집에 온 날 밤에 내 서재에서 썩어가고 있던 망원경을 꺼내들었다. 달이라고 찍고 싶었다. 밤 하늘을 밝히는 달의 모습을 가까이 담고 싶었다. 집 거실에서 촬영했다. 모기장을 열어놓는다는 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화면의 달이 초점이 맞지 않는다. 아이폰 탓인지, 망원경 탓인지 모르겠다. 사진을 보니 그래도 성공인듯 보인다. 


    난 쓸데없는 일도 한다.그래야만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 천체망원경도 어린시절 부모님께 졸라 마련한 것이다. 어린시절 하늘 보는걸 좋아했다. 철원의 밤은 무척이나 어둡다. 너무나 어둡다. 아마도 중학교쯤 때의 일이었을 것으로 기억된다. 난 편히 가고 싶었고, 내 친구 우선이가 자전거를 타고 왔다. 난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애원했다. 착한 우선이는 내 집까지 자전거를 태워줬다. 야간 자율학습인지 아니면 놀다가 늦은건지, 여튼 밤이었다. 뒷자리에서 우연히 하늘을 보게 됐다. 별이 무수히 많다. 설명이 안될 정도로 많다. 내가 한없이 작아진다. 하늘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내가 하늘로 날아간다. 우주로 빨려들어간다. 이게 블랙홀인가. 그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지금은 1분만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어도 목이 아프다. 그 시절에는 그런 고통의 기억은 없다. 난 편안하게 하늘을 구경할 수 있었고, 그 기억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어두울수록 더 좋다. 달처럼 밝진 않지만 별이 모이면 콘서트장이 된다. 우연보다도 더 많은 별동별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지금 내 딸에게 그런 추억을 남겨줄 순 없을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환경은 오염되고, 그런 여유마저 사라져 버린다. 그래도 난 엉뚱한 일을 할 것이다. 딸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지겹게만 느껴진다. 하늘도 맨날 똑같다. 별자리도 변화없이 그래도 그 자리에 뜬다. 지구의 공전에 따라 돌아갈 뿐이다. 변화없는 듯 보이는 하늘의 별은 지루하지는 않다. 그러고 보니 하늘은 나에게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버리는 청량 음료 같은 존재였나보다. 입에서 톡톡 쏘면서 정신을 맑게 한다. 하긴 청량음료는 건강을 좋게는 하지 않으니. 우주를 보면 내가 한없이 작아진다. 우주를 보고 있자면 내가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다고 하는데, 정자와 난자가 만나 처음의 내가 생겨났듯이 우주 빅뱅도 한없이 크게 확대해 보면 결국 사람의 모양이 아닐까. 난 그 거대한 인간의 한 세포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계속하거나 아니면 핵같은 걸로 우주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게 바로 암 덩어리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 지금 생각해도 참 부질없는 듯 보인다. 


    결론은 없다. 난 내 딸에게도 이 세상보다 더 넓은 우주라는 공간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하고 싶다. 어둠이 무서울지도 모르겠지만 어두울수록 하늘에 떠 있는 별은 더욱 밝게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의미없는 나의 슈퍼문 촬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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