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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 작가
    카테고리 없음 2009. 10. 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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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중요하다. 인간과 만남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고 정말 중요한것, 그것은 결국은 사람으로귀결된다는 결론 때문입니다. 

      오늘 한림대 일송기념도서관이 개최한 '제7회 저자와의 대화'에 참석한 김훈(1948년생) 작가를 봤습니다. 김 작가의 말도 그의 글처럼 짧고 명확했습니다. 웃음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을 닮고 싶네요.




    시작은 이랬습니다. 

      김인규 일송도서관장이 나와서 인사말로 "좋은 글은 건강하고 절박한 편견이 있는 글이라는 김훈 작가의 가르침을 받아 글을 쓰는 신조를 삼고 있다"는 말. 교수들은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양비론적인 시각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색을 나타내는 글을 쓰기 위해 편견이 개입된다. 편견이 있되 그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절막함이 있어야 한다. 절박함은 건강할 필요가 있다. 김 관장의 인사말부터 확실히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런 저런 시작의 시간이 다 지나고...제일 중요한 시간, 김훈 작가가 일송도서관 2층 세미나실에 마련된 탁자에 앉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나는 배우는 사람이다. 강의하는 사람이 아니다. 무질서하고 계통없고 어수선하다. 나는 계통 질서있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부끄럽지 않다. 이 세상이 무질서 하고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자랑은 아니다. 질서 박혀 있는 사람 종경안한다.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지금 부터 어수선한 얘기를 하려 한다."

      그의 어수선한 얘기는 내 귓속에 쏙쏙 들어와 박혔습니다. 중간에 두번은 너무 크게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써서 언어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행복한 환상을 가졌다. 벗어남으로 새로운 언어를 만들기를 기대했다. 언어의 문제와 관련해 어느정도 성공했다."

    김훈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여름에 수박과 자두를 많이 먹었다. 나는 자두가 좋다. 예쁘니까. 에로틱하다. 그 속안에는 놀라운 질남이 난다. 수박은 맛이 시원하고 청량감이 있는 과일이다. 식칼로 뽀갤 때 두 쪽이 난다. 끝까지 안해도 자연스럽게 쫙 벌어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속의 세상은 천지개벽하면서 까만 씨들이 별처럼 박혀있다. 아름다운 세상이다. 죽으면 안돼. 떠날 수 없다. 여자들은 수박을 주사위처럼 짤라 먹는데 그러면 맛이 안난다. 하모니카 불듯이 먹으면서 옆으로 국물도 떨어져야 제맛이다. 선홍색 까만 별같은 씨 너무 신기하다."

      그는 왜 수박과 자두 이야기를 했을까요...

    "수박 속이 선홍색인 까닭을 알고 싶었다. 농대 교수 친구에게 물었다. 그는 수박씨에 DNA가 있는데 그런 색이 들어 있고 유전되기에 선홍색이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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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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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하면 수박은 본래 그렇다는 말이다. 언어의 장난이다. 동어 반복이다. 사전에는 노랗다가 개나리 빛이다로 나와있다. 그외에는 달리 설명할 법이 없다. 좀더 과학적이라는 사전에는 빛이 스펙트럼을 통과해 7개의 빛이 나는데 그중 3번째 색이 노란색이다라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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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말이 그말이다. 하나 마나한 말이다. 언어가 가진 비극적 사태다. A는 A다. 동어 반복 중생 지옥, 틀린말은 아니다. A는 A이니까. 허나 공허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다. 사족, 동어반복. 거대한 시스템 사전 자체가 언어의집이라는 것이.... 사전을 만든이의 과오가 아니다. 인간 언어가 해결하지 못하는 참상이다. 딜레마다. A는 A다. 그것으로 사유영역을 확장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 인식의 영역이 넓혀진것이 아니다. 과학이 아니다. 동어 반복의 지옥을 넘아가는냐. 그러기 위해 말을 버렸다. 성철 스님의 말 처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에서 인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마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불완전한 언어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기에 고민에 빠져 산다."


    이제부터 김훈작가의 자전거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개라고 쓴 글자는 개가 아니다. 개의 기호에 불과하다. 개념을 실체로 착각한다. 자전거를 타니까 그런 고민이 해결....해결보다는 (언어의 모순)이 덜 아프게 느껴졌다. 자전거는 내 몸, 다리의 힘으로 타는 것이다. 바로 진입하는 것이다. 복된 느낌이다. 언어로 해결 못하는 것을 생명의 힘으로 해결한다. 달려가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언어를 만든다면 복받는 일이다. 올해 내가 62세다. 1948년생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인민공화국이 생겨난 해에 태어났다. 근대사와 맞는 세월을 산 것이다. 50살이 되던해 처음 일산에서 2발자전거를 탔다. 벼락맞은 것처럼 깜짝놀랐다. 심봉사가 눈을 뜨고 세상을 보면 놀란 것처럼. 이렇게 좋은 게 있구나. 나는 세상을 헛 살았구나. 작정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아내아게 말했다. 자전거로 벌어먹고 살겠다고."

    여기에서 김 작가의 유모가 터저나왔습니다. 제가 크게 웃었던 곳이죠.

    "아내는 자전거로 배달업을 하는지 알았다. 자장면, 피자 배달업으로 착각한 것이다. 전국을 다니면서 밥벌이를...일산에서 목포까지 가서 책을 써서 먹고 살겠다는 뜻이었다. 집사람에게 약속은 지켰다. 책을 써서 자전거도 사고 했으니. 내 자전거는 비싼 자전거다. 싼 자전거 25만원짜리를 타고 내가 사는 곳 일산에서 목포까지 9박10일 여행을 갔다. 실제 내 능력에는 4박 5일이면 가능하지만 대전 등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술마셔서 늦었다. 광주에서는 돌아올때는 들리지마라고 말했다. 내가 오면 일을 못하니까. 목포갔더니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지겨웠다. 자전거가 보기 싫었다. 자전거를 3만원에 팔았다. 2만원은 술마시고 만원으로 버스타고 집에 왔다. 자전거타고 갈 때보다 더 좋았다."


      그의 엉뚱함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갔습니다. 생각보다 멋진사람이라고 생각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죠.


    "바닷가 인근 등 한국에는 글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신문 TV 잡지를 전혀보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분들은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알고 있었다.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환경, 나와 이웃과의 관계, 애비자식간, 인간과 노동의 관계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또한 평생 노동생활로 실천하고 있었다. 나는 수박을 뽀갤때처럼 신바람이 났다. 그때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구나를 느꼈다.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쓰리라. 유익한 생각이다. 저전거 여행 2권을 냈다. 그 이야기를 담기엔 10권을 더 내고도 남는다. 책 한권이 1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힘들다."


      자전거 사랑이 계속됩니다.


    "몸이 자전거를 몰고 나아가는 것이 매우 복된 일이다. 바람이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나의 자전거는 풍륜(風輪)이다. 바람의 바퀴. 지금은 풍륜 5호차를 타고 다닌다. 1~4호는 다 망가졌다. 친구는 적토마라고 하라고 권했다. 또 적토륜이라고 지으라고 한다. 천박한 이름을 어찌쓰라는지..."


      여기부터는 김훈작가의 시간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김 작가의 생각을 교감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주제죠. 시간을 소재로 사진을 찍는 김아타 작가가 생각나네요.


    "바람. 바람을 맞으며 강가를 달린다. 바람은 새로운 시간이 들어오는 것이다. 낯설고 새로운 시간이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나는 그것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 바람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 그것은 언어의 모순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체로 다가온다. "


    그는 남한산성이 실패작이라고 말했습니다.


    "남한산성, 그 공간에서 시간은 어떤 작용으로 어떤 모습으로 흘러가나를 말하고 싶었다. 다시 읽어보니 남한산성은 실패작이다. 새로운 시간이 인간의 생명속으로 들어오는 느낌. 기적같은 것이다. 매일 기적의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시간은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김치 간장독 속에서 시간이 작용한다. 당구 부딪히는 물리적 충격속에서도 시간은 정확히 작용한다. 언어로 포착하기 어렵다. 설명없어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눈에 보인다. 대학에 시간학과가 있었으면 '시간'이 어떤 작용을 하는가 연구해서 공부하는 나같은 사람한테 가르쳐줬음 좋겠다. 동어 반복이 아닌 새로운 언어로 배우고 싶다. 바람에 실려서 내 몸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시간에 대해 자전거여행에서는 담지 못했다. 나의 언어가 따라가지 못한다. 쓸 수 없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가는거다. 시간이 새롭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새로운 아름다움이 창조될 수 있다. 과거와 똑같다면 창조는 없다. 생명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


      김훈씨는 생명, 즉 인간이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동작 가운데 앞길을 우려하는 동작이 아름답다. 인라인을 타고 가는 젊은 여성의 뒷모습을 보면 인체의 아름다움이 곡선에 나타나면서 사라진다. 안개속에서 나타났다가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악기를 연주하는 인간, 성악가는 몸을 악기로 사용한다. 관악기는 호흡의 연장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몸만이 악기에 소리를 뽑아낼 수 있다. 악기 연주, 선율 그 연주자의 생명이 앞으로 바싹 다가온 미래의 시간에 이어진다. 바싹 가까이 온 미래 시간 내에만 겨우 연주할 수 있다. 악기 연주자는 시간이 인간의 앞길에 다가오는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 가야금, 바이올린이나 해금의 연주자는 자신의 소리르 밀고 끌고 갈 수 있다. 같은 현악기라고 하지만 소리는 하늘과 땅 차이다. 새로운 아름다운 음이 튀어나와 어디론가 사라진다. 소리는 우주공간에 날아가 남는다고 생각했다. 궁금했다."


      너무 궁금해서...소리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가야금의 대가 황병기 선생께 물었다고 합니다. 


    "나는 궁금해 물었다. 너는 그런걸 왜 묻느냐. 나의 책 현의 노래는 우륵 가야금시대 이야기다. 자료가 없다. 삼국사기에 단 3줄뿐이다. 우륵이 신라에 투항에 신라에 가야금을 보급했다는 내용이다. 상상으로 재현해야 하는데...시공간을 넘나들며 아주 먼 옛날를 현재로 가져다 준다. 황병기선생께 가야금에 대한 좋은 자료가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좋은 자료가 있다. 밤하늘의 별이 그것이다. 그 옛날 시절의 하늘과 똑같으니까. 그걸 보고 해라. 가야의 별을 보기 위해 조용한 시골로 갔다. 별을 봤다. 단어하나 떠오르지 않더라."


    몸의 반동의 힘으로 자전거를 움직여 언어 문제를 헤쳐나가기 위한 김훈 작가의 노력에 매료됩니다. 


    "(언어 모순을 헤쳐 자기 사유영역을 넓혀가는 것) 아마 달성못할 꿈인 것 같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나는 일산에 산다. 하천이 좋다. 일산 하천은 넓고 움직임도 없어 어쩔줄 모른다. 늙었다. 춘천처럼 젊은 하천이 좋다. 저녁 노을은 새로운 시간을 가져다 준다. 북한강 상류가 좋다. 늙은 강과 젊은 강물 냄새도 다르다. 춘천 하천은 싱싱하게 살아있다. 다음주도 하천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한다. 나는 자전거를 탄다. 동네 젊은이들도 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을 안다. 나에게 시합을 하자고 한다. 난 안한다. 젊은이들이 제안한다. 임진각까지 다녀오자고. 일산에서 임직각까지는 70km다. 단거리다. 나는 제안한다. 아침 새벽에 일어나 남쪽으로 달리자. 그리고 누가더 멀리 갔느냐로 시합을 하자. 젊은이들은 돌아와야 하고 나는 자고 그 다음날까지 가면 되니 내가 이긴다. 아무래도 지면 기분이 나쁘다. 자전거는 내 몸의 일부다."


    '시간', 미래, 시간과 언어와의 관계 등 김훈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어서 참석한 이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지금도 원고지에 연필로 작품을 쓴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원고지에 연필로 쓴다. 자동차 컴퓨터 등 기계는 가까이 하지 않는다. 라디오는 가끔 듣는다. 하지만 기능이 단순한 것을 사용한다. 내가 만지면 기계가 금방 고장나 마누라가 만지지 말라고 한다. 연필로 글을 쓰면 어깨부터 힘이 들어간다. 육체감이 있다. 만연필은 안된다. 지우개로 지워야 하니까. 저전거를 타고 내 발로 지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죠. 몸의 호흡이 글에 실리니까. 실제로 문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호흡이건 맥박이건 내 몸인 것이다."

    -소설 '화장'속 뇌종양의 의미는

    "뇌종양은 암의 일종이다. 화장은 생로병사와 거기에 관련된 시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뇌종양은 병이다. 인간 생명을 갈아 먹는다. 병이지만 또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생명이다. 생명을 파괴하는 생명. 시간을 통해 모순들의 모습이 뇌종양으로 드러난다. 뇌종양이 또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의사들은 아니라고 한다. 의학을 죽음과 싸우는 것이라고 한다면 의사들은 백전백패다. 의학은 학문이 될 수 없다. 죽음에 승복하는 것이다."

    -단편소설 '화장'에서 여성 페미니스트들에게 여성을 대상화 사물화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 얘긴 어느정도 맞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화장은 죽음을 묘사했다. 또한 젊은 여성의 아름다운 몸을 묘사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 여자는 생명만 가득찬 여자가 됐다. 생명의 아름다움을 써 기능이 없는 동물만으로 된, 그래서 여자들은 싫어한다. 생명만 가진것이다. 동물과 같다. 내가 부족해서 인격을 담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소설속에 여를 안쓴다.(하하) 여자를 빼자 칼의 노래 첫부분에 여자가 나오지만 바로 죽는다. 여자가 나오면 무서워서 못쓴다. 나오더라도 빨리 없어진다."

    -자전거 여행처럼 여행기를 써볼까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나의 글이 아름답다고 한다. 미문이건 추문이건 나로써는 그럴수밖에 없었다. 사람 관찰이 중요하다. 풍경은 허전하다. 결국 인간의 문제로 귀착한다. 자연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 인간을 들여다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러면 오직 생명만 그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2톤짜리 어선을 탔다. 택시 두대 붙여 놓은 크기다. 엔진도 경운기 엔진을 붙인것이다. 네이게이션도 없다. 핸드폰으로 연락한다. 뭐가 망가지면 핸드폰으로 인근 어선에 연락해 바다위에서 고친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갈때 집사람에게 전화해 몇시에 도착하니 선착장에 라면 끓여 놓고 기다리라 한다. 보니까 휴대폰이 제일 아름답구나. 인간 사이 교신을 가능하게 해준다. 언어라는 것은 신호다. 자전거라는 책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신호다. 나는 자동차를 싫어지만 깊이 이해하고 있다. 여러분들보다 더. 후미등이 뒷차에 신호를 보낸다. 후미등 신호가 계속 이어지니까 갈 수 있는 것이다. 엔진이 아니다. 인간과 신호를 통해 연결돼야 한다. 미워했던 휴대폰이 아름다운 것도 신호의 시스템때문이다. 글에 인간의 신호를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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