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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30원과 60원
    카테고리 없음 2012. 11. 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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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춘천 동산중학교에서 일일교사 수업을 진행했다.

     춘천에서 춘천으로 움직이는데, 차로 45분이나 걸렸다. '뭐가 이렇게 멀어'라는 생각도 했지만, 동산중학교로 가는 길은 눈이 즐거웠다. 국도의 매력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는 나무들이 길 주변에 아름답게 줄을 서있었다. 2차선은 깨끗하면서도 아담했고, 정이 느껴졌다. 60km를 지키면서 천천히 움직였다. 생각은 했지만 춘천 동산중학교는 정말 소규모 학교였다. 학교 건물 자체도 작았고, 학생수도 1~3학년생 모두 21명뿐이라고 한다. 김두경 교장 선생님, 예전에 펜싱으로 이름을 날렸던 분이다. 도펜싱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여튼 반가운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제 학생들을 만나 수업을 해야하는데, 사실 조금은 긴장했다.

     꿈을 꿔야 하는 학생들에게 기자란 무슨 일을 하고, 또 어떤 보람이 있는지를 말할 생각이었다. 직업 선택의 폭을 넓혀주리라고 마음먹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중학생은 13~15살 정도.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책이 생각났다. 80세까지 인생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인생을 하루에 비교하면 중학생은 몇시정도 와 있을까. 대충 계산해 보니 새벽 4시 정도 됐다. 아직 한창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다.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 학생들은 한창 꿈을 꾸고 있을 나이다. 되도록이면 많은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신문협회에 감사의 마음을 먼저 전한다.

     

    기록하는 사람. 기자를 한자로 풀이해보면 이런 뜻이다. 뭘 기록해야할까. 난 뭘 기록하고 있었나.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기사가 있었는가. 오현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가슴론이 생각난다. 그가 이런 지적을 한적이 있는데, "자신이 쓴 기사를 또 읽어보고 싶은 적이 있었는가.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진 않았는가. 가슴을 울리는 기사를 써 본적이 있는가."

     

     당장의 화려함보다는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미래에 대한 투자이고 어찌보면 내가 원하는 삶에 도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여겼다. 란도샘도 그런말을 했는데, "일단 기차에 올라 타라". 나도 여기까지는 한 것 같다. 늘 에너지가 넘칠 순 없다. 주기라는 게 있듯이 방전되면 충전을 잘 해야 한다. 방전과 충전의 주기는 어느정도 일까.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새로운 이슈에 관심을 갖고 가끔은 나도 그런 콘텐츠를 생산했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자동차를 타고 나왔는데, 지갑이 없었다. 집에서 아내는 감자부침을 만들어 놓고 빨리 들어오라는 연락을 했다.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또 하나 막걸리가 땡겼다. 아차 지갑을 놓고 나왔다. 수중에는 돈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차에는 동전을 넣고 다니기 때문에 걱정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동전통을 보고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동전을 다 모아도 930원뿐이다. 일단 들고 마트로 들어갔다. 제일 싼 생막걸리 한병이 990원. 정말에 빠졌다. 단돈 60원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거의 다 됐는데, 60원정도가 모잘라 포기할 순 없었다. 눈이 빠져라 다시 살폈다. 900짜리는 없는지. 없었다. 휴~. 집에서 지갑을 가져 나와야 하는 것인지. 걍 막걸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뭘 이런 이야길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내가 봤을 때, 아니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930원은 갖고 있다. 나머지 60원은 갖고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거의 90% 이상 채웠지만 나머지가 문제다. 나도 늘 그게 문제였던 거 같다. 결국 나머지 60원에서 승부가 난다. 그 60원은 930원보다 때론 가치가 높을 수도 있겠다.

     

     결국 막걸리를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던 순간 650원짜리 캔 막걸리가 눈에 띄었다. 플라스틱에 담긴 990원짜리 막걸리 양의 5분1 분량밖에 안돼 보였다. 그래도 가격은 절반 이상이다. 이런 썩을.

     

    결국 60원때문에 650원짜리 캔 막걸리를 선택했다. 인생살이가 다 이런 것인가. 그동안 난 수많은 포기를 했던 거 같다. 930원보다 값진 60원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했다. 난 930원인가 60원인가. 결국 어떤 것이든 가치는 있게 마련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가치가 있듯이 말이다.

     

     동산중학교에서의 일일교사 체험은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의 기회를 선물했다. 충전의 기회가 온 것이다. 물론 날 보고 아내는 이런 말을 한다. 작은 삼촌이라고. 초등학생에게 낸 퀴즈에서 결심한 일이 3일도 못가는 사자성어 '작0삼0'의 정답이 작은 삼촌이란다. 3일 지나면 또 결심을 해야겠다.

     

     나 스스로에게 힘을 내자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ps. 원빈이 아저씨의 용어 자체를 바꿔났다고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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