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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방금전에 죽었다면 당장 보고 싶은 사람은?
    카테고리 없음 2013. 11. 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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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화의 장편 제7일 표지.



    내일이 수능입니다. 고3 수험생들 이날을 위해 죽기 살기로 열심히 공부했는데요. 좋은 결과를 맞았으면 좋겠네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 만큼의 결과는 분명히 따라 오게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고3때 정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슈어사이드를 해볼까하는 아주 불효막심한 학생이기도 했죠. 지금은 사는게 너무 행복합니다. 절대 그런 생각을 가지면 안되겠죠. 오래살아야 재미난 일을 경험할 확률도 높아지니까요.


    위화. 중국 장편 소설가인데요. 다작의 작가는 아닙니다. <허삼관매혈기>라는 소설이 국내에 잘 알려져 있죠. 하정우가 2014년 감독으로 작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해서인지 더욱 인지도가 높아졌어요. 내용은 저도 안 읽어 봤지만 피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 가는 중국 사회를 그렸죠. 지금은 헌혈을 하면 빵과 주스를 주지만 이전에는 피가 귀해서 돈을 주고 거래를 했다고 하네요. 중국 현실을 매우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더욱 인기가 높았던 것 같아요. 


    소설가 위화가 제7일이라는 소설집을 최근에 펴냈습니다. 이분이 한국에도 왔었죠. <조선일보>가 토요일자에 인터뷰를 와이드하게 실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책을 사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이 죽은 이후의 7일을 다룬 내용입니다. 좀 신선하죠. 만약에 영혼이 있고, 죽은 이후에 저승에서 떠돌아다닌다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누구입니까?


    누굴까요?



    전 아마도 제 와이프나 딸, 아들이 되겠죠. 만약 생사도 모르고 돌아가셨을거라고만 믿고 있는 아버지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 아버지는 어느날 기차에서 떨어진 아이를 줍고 키웠는데, 그 아이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평생을 바쳐야만 했던 분이었다면요. 그 부정은 정말 애뜻하겠죠? 소설 제7일은 7개로 구분돼 있습니다. 쉽고 편안하게 이어나갈 수 있어요. 죽은지 첫날, 둘째날 .... 이런 식입니다. 소설이라는게 있을 듯한 이야기잖아요. 이런 일이 정말 있을 듯 합니다. 참으로 웃긴게 죽은 이후에도 부와 명성은 따라 붙는데, 빈자는 묘지도 없이 영원한 안식을 취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일정에 장소에 모이게 됩니다.


    주인공인 양페이도 자신의 묘지하나 구할 수 없이 가난하게 세상을 뜨게 됩니다. 식당에서 국수를 먹으면서 기사를 읽고 있다가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그 기사가 자신이 사랑했던 리칭이라는 여자의 자살 기삽니다. 그래서 국수집이 불이나고 터지고, 무너지는데도 기사에서 눈을 뜨지 못하고 정신을 못차리다가 죽게됩니다. 죽은 첫날 자신의 얼굴이 이그러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화장하는 빈의관으로 가는데, 그곳에 하얀 장갑을 끼고 죽은 이들을 맞는 분을 만나게 되죠. 이런 죽음의 통해 위화는 중국의 속살을 다 보여줍니다. 


    양페이는 죽은 첫날 그토록 사랑했던 전 부인인 리칭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그의 죽음은 리칭으로부터 시작되는 거죠. 양페이를 더 큰 꿈을 위해 사업가와 재혼한 리칭의 야심이 결국 양페이를 죽음으로 이끌게 됩니다. 


    짝퉁 아이폰을 사줘서 자살한 여자친구. 그 여자친구의 묘지를 마련해주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는 남자친구. 메이드인 차이나라고 하면 일단 짝퉁 제품이미지가 생각나고, 불법 장기매매가 성행하는 사회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내가 만약 시진핑같은 중국의 지도자라면 위화의 작품을 읽고 많이 부끄러울 것 같아요. 이게 소설이지만 정말 가능할 수도 있는 일들이잖아요. 


    중국사회는 아직은 구식이란 느낌이 많이듭니다. 아직 갈길이 멀었어요. 중국이 미국과 함께 슈퍼파워가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바로 구시대적인 사회때문에 세계 최고는 될 수 없을 듯 여겨집니다. 부폐가 만연해 있고, 뭔가 투명하지가 않은 느낌이 들잖아요. 중국에는 솔직히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물건을 살 때나 택시를 탈때도 정해진 정가라는 것도 없고,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는 사기꾼들이 넘쳐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인 듯 보입니다. 많은 사실들이 숨겨지거나 음폐되는 경우가 잦은 동네라는 것이죠. 제7일속에 등장한 죽음의 사연을 통해 우리는 중국을 비교적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왠지 우리나라의 모습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조금은 더 자유가 보장돼 있고, 예전보다는 다양한 사회가 돼 있겠죠? 중국보단 낫겠죠. 



    다시 처음의 질문을 해볼까요.


    내가 방금 죽었다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굴까요?


    사랑했던 여자 리칭? 유전적으로 아무런 상관은 없지만 나를 위해 모든 걸 포기했던 아버지? 나를 키워주셨던 어머니같은 옆집 아줌마? 아니면 평범한 중국의 선량했던 이웃들?


    누굴까요. 주인공 양페이가 죽은 뒤 7일동안 애타게 찾았던 사람은. 수능을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수험생을 비롯해서 이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죽어서까지 애가타게 보고 싶은 이가 누구였는가 하고요.


    또 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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