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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천 남이섬으로의 가족여행
    카테고리 없음 2013. 11. 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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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섬에 인상깊은 조각상이 있더군요. 아프리카 부족처럼 보이는데. 다산을 상징하듯이 풍족함이 느껴지네요. 사람이 엄청 작아보이듯 그 웅장함을 얼핏 가늠할 수 있겠죠?





    아빠 어디가


    최근 MBC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죠. 지난 주말 저도 흉내를 내보려고, 아침일찍부터 집사람을 다그쳤습니다. 오늘은 가족 모두 어디론가 다녀오자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춘천에 살면서 남이섬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던 저는 남이섬으로 가자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집사람 왈.


    "볼 거 없어."


    별 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남이섬. 드뎌 다녀왔네요. 대충 점심을 챙겨먹고는 아이들을 꽁꽁 싸멘뒤에 가평쪽으로 향했습니다. 춘천에서 남이섬으로 가려면 차량으로 50분 정도 걸리더군요. 그래도 가족이 함께하는 만큼 재밌고 행복한 기대감이 넘쳐났습니다. 


    가족과 함께 여유를 즐기려고 떠났던 여행. 남이섬 입구에서 그 기대감이 무너졌습니다. 나미나라공화국에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사람들이 입구에 몰려 있었어요. 굉장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섬을 방문할까 하는 의문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첫인상은 무지하게 안좋더군요. 이유는 바로 주차때문입니다. 넘치는 주차장은 방문객 차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입구 주변에 자리잡은 음식점은 4,000원의 주차비를 받고 있었습니다. 배로 이동해 남이섬에 들어갈 때는 닭갈비 냄새가 진동을 해서 약간은 거북하더군요. 닭갈비를 먹으면 주차를 공짜로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점심도 먹고 주차도 해결하려는 합리적인 방문객들을 유혹합니다. 300여명을 실은 배는 금방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나와 우리 가족은 남이섬에 입성했죠. 조금 걷다 보니 코를 자극하는 향기(?)가 또 신경을 거스릅니다. 은행열매 냄새. 사람의 ㄷㄷ ㅗ ㅇ 냄새와 유사하죠. 그래도 남이섬 측에서 신경을 썼는지. 다른 묘한 향기와 어우러져서 더욱 신경쓰입니다. 한적함을 기대했는데, 사실 그렇진 않았어요. 방문객들도 대부분 외지인이거나 외국인인 경우가 많았고요. 섬 자체는 엄청 크고 여기저기 잘 꾸며져 있는데, 특히 길게 늘어선 소나무 길이 제일 좋더군요. 남이섬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고요. 휴대폰도 잘 안터지고 특히 데이터이용이 어려웠어요. 그런면에서 약간은 외부와 차단된다는 느낌은 들었어요. 



    박시춘 작곡가를 기념하는 박물관으로 기억됩니다. 그안에 오래된 피아노가 있어요. 신기하죠.



    우리 딸은 신나했습니다. 특히 2500원이나 하는 소시지를 먹을 때 그 주변에 있는 아이들 놀이터를 특히 신나했어요. 미끄럼틀이 재미나더군요. 다칠까봐 쫓아다니다가 한번 함께 탔는데, 어른인 저도 즐거웠습니다. 뭔가 아빠 구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슬쩍 들었습니다. 


    그때 방송이 나오더군요. 


    박시춘 작곡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는 안내가 흘러나왔어요. 역시 섬 자체가 아닌 이야기가 넘치는 남이섬이 괜히 흥행하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섬이 아닌 문화예술로 넘쳐나는 섬. 끊임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아름다운 곳. 연인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는 멋진 공간. 남이섬입니다. 


    다소 엉뚱하지만 직원들의 표정에 주목했어요. 남이섬은 독특한 정년제도를 갖고 있는데요. 정년이 55세인데 정년이후에도 80세까지 근무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최고 연봉의 80%만 지급하는 조건입니다. 또 평생직원제도 운영되고 있어요. 강우현 나미나라공화국 사장이 남이섬 경영을 맡으면서 남이섬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강우현 사장의 상상 경영은 큰 화제가 됐었죠.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의 경영 철학도 맘에 들고요. 



    남이섬에서 한참을 보냈지만 전부를 경험하진 못했네요.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 또 다시 찾겠죠?



    경영이 어려웠던 남이섬에서 강 사장은 월급 100만원만 받고 일하겠다면서 대신 경영의 자유를 보장받았습니다. 그때도 직원들의 연봉은 올려줬다 하더군요. 결국 직원이 행복한 경영이야말고 훌륭한 남이섬의 성공을 보장했다고 봤기 때문에 직원들의 표정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무표정이더군요.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하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지치기도 하겠죠. 주로 청소를 맡은 어르신들은 아무말없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고 계시더군요. 왠지 피로가 누적된 듯이 보였어요. 이 시대 노동자들의 피로보다는 덜해 보였지만 아무튼 행복한 노동은 없다는 것과 남의 돈 받는게 녹록치 않다는 점을 세상 깨닫게 됐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있지만 저도 역시나 남의 돈을 받고 생활하고 있어요.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거죠. 그래도 전 일할 수 있는게 행복하고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에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4개월된 아들은 추위에 떨면서 울기도 했고, 3살된 딸은 아빠가 싫다며 도망치기도 했어요. 혹은 아빠가 좋다면서 자기를 잡으러 오라고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소소하지만 정말 행복합니다. 남이섬이 워낙커서 다 구경하지도 못했어요. 대략적으로만 들러보고 섬을 둘러싼 외곽 길을 따라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두번째 충격을 받았습니다. 5시쯤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배를 타고 나가려는 인파들의 줄이 끝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날 남이섬에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죠. 늘어선 줄을 쫓아가다간 다시 섬을 한바퀴 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을 건물 안으로 대피(?)시키고 마냥 기다렸습니다. 결국 7시가 다 돼서 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이는 엄청난 피로로 이어졌습니다. 



    남이섬 최고의 하이라이트. 소나무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죠.


    소나무보다 훨씬 멋져 보이는 이 나무들의 정체는 메타세콰이어랍니다. 댓글로 알려주셨어요. 남이섬의 백미를 꼽으라면 저는 이 메타세콰이어 나무길이라고 감히 추천합니다.



    5시쯤 나와서 다른 곳에 들러 맛나는 것도 먹으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된 거죠. 남이섬의 성공에 다시한번 감탄하면서도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런 지루하고 의미없는 기다림때문입니다. 저와 맞는 섬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차라리 예전 춘천의 중도가 더 낫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어요. 캠핑장으로 활용됐던 공간인데, 지금은 레고랜드가 들어선다고 하고 있죠. 남이섬처럼 인기는 없지만 예전의 중도는 촌스러움과 함께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런 공간을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땐 딸과 아들이 많이 커있겠죠. 지금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작은아이가 3살이 되면 그때부터 캠핑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아내와의 대화도 많아 나눌 수 있다는 지인의 조언이 무척이나 맘에 드네요.


    아빠 구실을 하겠다고 찾았던 남이섬. 딸이 많이 피곤했는지 그날은 바로 잠에 빠져들더군요. 내 욕심이 너무 지나쳤던 것 아닌지 이 아이에게 미안함이 느껴집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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