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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카테고리 없음 2012. 5. 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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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고 싶다. 막연한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이미 2005년에 아마리카 대륙을 횡단한 이가 있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홍은택씨. 오마이뉴스에도 잠시 일했던 그가 최근에는 NHN 부사장을 그만두고 중국 대륙 횡단에 나섰다. 잘 아는 것 같은데도 하나도 모르는 중국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중국 대륙 횡단은 현재 중앙 SUNDAY에 연재되고 있다.

    미국 대륙은 세계 2위의 땅 넓이를 자랑한다. 근데 중국과 미국이 업치락 뒤치락 한다고 한다. 땅 크기에는 호수 같은 것도 포함이 되는 그 넓이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어렵나 보다. 골치아픈 이야기는 그만하고 한마디로 아메리카 대륙은 무지하게 넓다. 자전거를 타고 6,400km를 횡단한 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실 이전부터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도 마찬가지. 하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일단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자전거 여행이나 하자고 직장에 사표를 던질 순 없는 노릇이다. 한창 혈액(돈)이 필요한 시점인데 단돈 한푼이 아쉽다. 그래도 막연한 설렘은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 중앙선데이에 실린 홍은택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자세히 보니 참 대단한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꽤 괜찮은 회사 NHN을 떼려치고 중국을 자전거로 횡단한다는 그다. 집사람이 돈을 많이 벌거나, 아니면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이 많을 것이라 여겼다. 기사를 읽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것을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그의 생각에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조언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은 용기가 나질 않는다. 간접체험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홍은택이 쓴 책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7쇄까지 인쇄된 걸 보니 꽤 많이 팔린 듯하다)>을 샀다.

     

     아메리카 대륙 횡단 자전거 코스가 있다.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이라고 불리는 길이다.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해 1976년 자전거 라이더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했다. 그 길의 이름이다. 6,400km. 엄청난 길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기억하는지, 그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딱 80일 걸렸다. 하루 평균 80km를 내달렸다. 자전거 라이더가 돼 가는 과정이 소소하게 잘 기록돼 있다. 그냥 읽기 쉽고 편안하다. 라이더의 적 개. 20여년전 딸이 자전거로 횡단했던 길을 따라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아버지. 집을 팔고 은행의 이자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있는 젊어보이는 노부부. 7명의 자식이 있는 동성애자와의 만남. 지구 반바퀴 정도의 거리를 여행했다는 젊은 라이더. 책속에는 다양한 삶이 녹아 있다. 그래서 더 부럽다.

     

     자전거는 혁명이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자전거에 탄 사람의 힘에 의해 이동하게 된다. 몸에 축적된 연료, 예를 들면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을 태우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자동차보다는 느리지만 걷는 것보다는 빠르다. 빠르면 놓치는 부분이 많고 너무 느리면 지루하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이 좋다. 글을 읽으면서 계속 느낀 점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왜 유명한 자전거 길이 없을까. 제주도에 올레길이 생기면서 전국에 걷기 열풍이 불었다. 강원도에는 산소길이 있다. 심지어 철원에는 쇠둘레길도 있다. 돈만 있으면 편안한 세상이다. 구지 땀 흘리며 고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진해지는 이유는 뭘까.

     

    왜일까.

     

     내 딸이 지난 5월22일 첫돌을 맞았다. 2.7kg으로 태어난 딸을 처음 봤을 때 감동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워낙 작고 약해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혹시 부서질까봐 걱정이 됐다.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지 항상 코에 손을 대 확인했다. 이제는 제법 크고 아장아장 잘 걸어다닌다. 엄마의 몸에서 아무것도 갖고 태어나지 못했다. 역시나 갈 때도 아무것도 갖고 가지 못한다. 처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결심한 것이 '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했다.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뜻과 함께 충분히 돈을 벌고 싶었다. 헌데 아무리 많은 재물이 있어도 더 큰 재물을 원하는 나를 보게 된다. 욕심의 크기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된다. 결국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알 수가 없다. 언론인으로서 사람이 사는 사회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금만이라도 바꿀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해야할까. 아직은 그런 일조차 해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난 이상주의자는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는 딸을 보면서 정말 난 돈 버는 기계가 돼야 하나라는 의무감. 손가락만 빨고 살 수 없듯이 가계 경제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아직까지 빚에 시달리면서 매월 월급을 날만 기다리는 회사원. 과연 내가 큰 돈을 모았다고 해서 그 둘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홍은택이 만난 사람 중 집을 팔아 그 이자로 여행을 즐기고 있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뇌리에 남는다. 집사람에게도 이야기했다. 그래도 집을 팔고 여행을 떠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여행은 일시적이고, 그 끝에는 행복한 집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그 노부부의 여행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여행을 마치고 좋은 집을 사서 살면 된다. 자식에게 보다 많은 재물을 물려주려고 부모는 전사가 된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그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뭔가 얻을 수 있다. 회사의 오너가 된다든지, 아니면 중역으로 승진하려면 가족을 포기해야 한다. 30~40여년이 흐르고 가족사진에 아빠가 빠진 건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노래가 있다. 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지금 이순간>이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이순간이 모여서 과거가 되고 미래의 디딤돌이 된다. 그래서 난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책을 읽고 난 결론은 결국 나도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자 였다. 이번 여름 휴가때는 짧게라도 자전거 여행을 떠날 것이다.

     

     >>판 코리아 트레일을 만들자.

     역시나 홍은택은 나의 사부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국내 여행이 더 고파진다.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 같은 자전거길을 한국에도 만들면 어찌나 좋을까. 그가 아이디어를 냈다. 단지 생각이다. 해안가를 둘러싼 <판 코리아 트레일>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 평화의 자전거길로 조성하면 좋겠다. 휴가엔 그 길을 따라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책을 덮자 마자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중국 대륙 횡단을 마치고 판 코리아 트레일도 개척해 달라고 했다. 비록 시작도 안했지만 자전거 혁명을 이루는 동지가 된 기분이다. 해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는 상상.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때 자전거를 타고 판문각에서 동해까지 달린 적이 있다. 동문회에서 지원해서 차량에 짐을 싣고 달렸다. 밥걱정 잘 걱정없이 내달려 동해 바다에 도착, 바닷가에 뛰어 들었다. 총 10여명이 참가했다. 그때의 기억은 가물하지만 그 여운은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미 라이더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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